“샤넬 없이는 이번 영화를 제대로 그려낼 수 없었어요. 20세기 당시 샤넬은 럭셔리하고 화려한 스타일의 대명사였죠.” 우디 앨런 감독의 새로운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의 의상을 맡은 수석 의상 디자이너 수지 벤징거는 이번 영화의 배경인 ‘카페 소사이어티’를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샤넬이 꼭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그 시대의 필수적인 요소나 다름없으니까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우디 앨런의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제목처럼 1930년대 상류층 사람들이 누린 문화와 낭만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씁쓸한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지가 이번 영화 의상을 준비하며 마드무아젤 샤넬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게 된 건 가히 필연에 가까웠다.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디자인한 의상부터 193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샤넬의 주얼리들까지 모두 쓸 수 있어서 그야말로 행운이었죠. 화려한 듯 심플한 드레스들은 또 어떻고요. 그야말로 주얼리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캔버스였죠. 그 덕에 제가 할 일은 간단했어요. 여주인공들에게 꼭 어울리는 드레스를 찾고, 여기에 브로치나 귀고리를걸어주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바로 이것이 코코 샤넬의 마법이죠.

우디 앨런의 46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번 영화는 193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이 매혹적인 시대를 주름잡았던 유명 영화배우부터 사교계 명사, 플레이보이, 정치가, 갱스터 들이 흥미로운 조연으로 등장한다. 줄거리는 주인공 바비(제시 아이젠버그)가 꿈을 찾아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트인 외삼촌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고, 이곳에서 만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이름의 비서와 사랑에 빠지면서 전개된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여인과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잠시, 그녀에게 이미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꿈과 사랑을 찾아 나선 뉴욕에서 또 다른 아리따운 사교계 여성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만나며 엇갈린 운명의 장난이 얽히고설킨다.

샤넬의 주옥같은 의상들은 바로 바비가 매료된 이 두 명의 여주인공에게 입혀졌는데, 특히 부드러운 크림과 핑크빛 피치 컬러로 물든 드레스 두 벌은 오로지 이번 영화를 위해 샤넬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든 특별한 작품이다. 드레스뿐 아니라 193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한 쇼츠와 팬츠, 슈즈와 함께 주얼리까지 모든 의상이 샤넬로 스타일링된 장면도 있다.

사실 샤넬과 우디 앨런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케이트 블란쳇을 오스카 여우주연상으로 이끈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도 샤넬의 의상은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배경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샤넬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영화가 이렇게 완벽하게 나올 수는 없었을 거예요.” 오랫동안 상류층 사람들에게 선망과 영감의 대상이 되어온 가브리엘 샤넬, 그녀의 작품들은 이번 영화에서 단순히 영화 의상을 뛰어넘어 ‘카페 소사이어티’의 시대를 살아 숨 쉬게 만든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자, 우디 앨런과 샤넬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궁금한가? 늦여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니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