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백화점에 들렀다가 세일가에 혹해 그물 스타킹을 사온 적이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은 신을 일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포장지도 뜯기지 않은 채 옷장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그 스타킹은 ‘언젠가’를 위한 쇼핑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만 내게 남겼다.
패션 용어로 ‘피쉬네트(Fish Net)’라 일컫는 이 그물 스타킹은 사실 진입 장벽이 꽤 높은 아이템 중 하나다. 우선, 말라야 한다. 그물 사이사이로 삐져나오는 살덩이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마른 체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울리는 것도 아니라서 문제다. 다리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어딘가 휘어 있다면 그 또한 단점을 부각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물 스타킹은 스타일링에 해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올봄에 가장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피쉬네트 삭스를 매니시한 로퍼와 함께 매치하는 것. 이밖에 켄달 제너를 비롯한 고수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건져 올린 스타일링 노하우를 참고해보자. 다소 지루해진 스타일을 반전시킬 좋은 아이디어들이니 말이다.
1 스니커즈를 신는다
그물 스타킹에 관한 몇 가지 선입견 중 하나가 바로 ‘섹스어필’의 뉘앙스로 해석된다는 것. 마돈나로 시작해 레이디 가가까지 이어져온 이 부담스러운 뉘앙스를 조금 덜어내고 싶다면 스니커즈가 가장 효과적이다. 확인해본 결과 반스 스니커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 ‘찢청’과 입는다
평소 디스트로이드 진을 즐겨입는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스타일. 입으면 입을수록 커지는 구멍을 어떻게 메꿀지 고민이었다면, 지금이야말로 피쉬네트 스타킹을 시도해볼 때다.
3 올이 나간 채로 신는다
날이 갈수록 찢어지는 것은 청바지만이 아니다. 알다시피 스타킹은 몇 배는 더 잘 찢어진다. 다만 일반적으로 스타킹에 올이 나가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마련이지만 피쉬네트 스타킹은 찢어지면 찢어진 대로 멋스럽다는 사실. 심지어 일부러 의도한 스타일링처럼 보이기도 한다.
4 여름 샌들과 신는다
캐주얼한 무드도 좋지만 그물 스타킹 본연의 섹시한 멋을 아예 죽이고 싶진 않다면 여름 샌들과 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플랫 슈즈보다는 힐이 좋겠다.
5 화이트 컬러를 선택한다
그물 스타킹이라고 하면 대개 블랙 컬러를 떠올릴 테지만, 패션 고수들은 화이트 컬러를 선택한다. 블랙 컬러보다는 눈에 덜 도드라져보이되 맨다리보단 스타일리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