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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패션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어느 시절의 유행이 다시 돌아왔고, 무엇이 인기를 끌 것이란 속삭임 자체가 어쩌면 식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고 저마다 옷 입는 방식이 확고해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과거는 언제나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며 이는 복식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올봄, 우리가 마주하게 될 패션은 1970년대와 1980대, 그 찬란한 시대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그 시절의 몇몇 모티프가 돋보일 뿐 지금껏 우리가 입던 옷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재해석된 채.

1970s

먼저 1970년대 패션은 미니스커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유례없던 짧은 길이의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들이 거리를 휩쓸었고 이 유행은 점차 다양한 길이의 스커트로 진화를 거듭한다. 또 바닥을 쓸 만큼 길고 커다란 빅 사이즈 아우터가 등장했으며 여기에 다양한 길이의 팬츠와 스커트를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유난히 호응을 얻은 건 빅 사이즈 아우터에 핫팬츠를 매치하는 스타일. 스커트의 길이는 길어졌고 벨보텀과 플레어,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처럼 바지의 실루엣이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지만 파격적으로 짧은 핫팬츠의 활약이 돋보이는 아이러니한 시대였던 것. 이렇듯 거리를 휩쓴 맥시와 미니의 레이어드는 이번 시즌 에르메스와 이자벨 마랑, 겐조, 스텔라 매카트니의 컬렉션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하지만 7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일로는 무엇보다 팬츠 수트를 꼽을 수 있겠다. 남성과 동등해 보일 수 있는 수트가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 어깨 라인을 부각한 파워 숄더가 등장했으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뎀나 바잘리아가 이뤄낸 드라마틱한 실루엣으로 기억되는 파워 숄더가 바로 70년대를 주름잡았던 패션 키워드다. 사실 이러한 과장된 실루엣은 지난 몇 시즌 동안 빠른 속도로 우리 세대를 잠식해왔다. 빅 사이즈, 오버사이즈라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거대한 실루엣과 날렵한 숄더 라인, 반짝 주목받다 사라질 것 같던 이 유행이 어느덧 현시대 패션계를 보여주는 좌표이자 쿨한 애티튜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한 것. 이번 S/S 시즌에도 다수의 컬렉션에서 이러한 과장된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어깨에 힘을 잔뜩 준 발렌시아가의 턱시도 재킷,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세린느의 재킷, 루스한 실루엣으로 미니멀리즘을 완성한 질샌더의 파스텔 룩 등이 인상적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번 시즌 생 로랑과 스텔라 매카트니, 마르케스 알메이다 쇼에 등장한 데님의 변주도 이 시기를 모티프로 한다.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던 데님의 대중화는 1970년대를 시작으로 이뤄졌는데 특히 여성스러운 플레어 팬츠와 밑단을 접어 입는 커프 진, 배기와 힙허거처럼 다양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가 인기를 끌었다. 또 폴앤조 컬렉션의 데님 재킷처럼 레트로풍의 패치워크 데님이 크게 유행했으며 청재킷과 청바지를 같이 입는 일명 ‘청-청’ 패션을 즐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