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를 뜨겁게 달구며 입방아에 오른 인물이 있으니 바로 남다른 몸매를 자랑하는 팝 스타 니키 미나즈다. 그녀의 풍만한 몸매는 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최근 한쪽 가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패션쇼장에 당당히 입성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부끄러움과 민망함은 보는 이의 몫이었을까? 양옆에 나란히 앉은 카롤린 드 메그레와 루 두아이옹의 뻘쭘한 표정도 덩달아 화제가 됐고, 니키 미나즈의 가슴을 적극 활용한(!) 콜라주 이미지는 삽시간에 타임라인을 가득 채웠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트위터로 도발적인 캠페인을 공표한 켄달 제너도 화제가 됐다. 거의 매일 ‘노브라’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답게 ‘#freethenipple’이라는 해시태그로 대대적인 노브라 캠페인을 펼쳤다. “제 가슴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브래지어를 꼭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견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그녀의 선언은 트위터리안의 흥미를 자극하며 수많은 리트윗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대담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브라리스 트렌드는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지속되어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이미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태우는 ‘화형식’을 벌이기도 했고, 이브 생 로랑을 비롯한 디자이너들도 가슴을 드러낸 옷으로 급진적 사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199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공식 석상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 등장할 수 있었다. 그 후 잠시 주춤하던 브라리스 스타일이 최근 들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오른 이유는 바로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포스트 페미니즘 때문이 아닐까. ‘여자라면 마땅히’라는 고리타분한 편견에 억압당한 것도 모자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소수자로 강제 분류된 여성들의 불만이 폭발한 후, 그들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획일적인 미의 상징인 브래지어를 벗어던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한 분야는 역시 패션계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디올의 메시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생 로랑부터 캘빈 클라인 쇼로 자유를 노래한 라프 시몬스도 모델들의 가슴을 직접적으로 내보다. 한편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쇼를 완성했다는 피비 필로도 유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룩으로 여성들에게 더욱 자유로워질 것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건 실제로 푸시업 브라의 판매가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인데, 샵스타일닷컴(shopstyle.com)의 담당자는 브라렛과 스포츠 브래지어의 판매율이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푸시업 브라는 대체 누굴 위한 물건인가요? 남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유를 포기해야 하나요?” 라는 유튜브 방송으로 스타가 된 스텔라 래(Stella Rae)도 이렇게 덧붙다.
코르셋의 종말을 지나 현재는 브래지어의 존재 이유에 여성들이 의문을 던지고 있다. 페미니즘을 거론하는 이들부터 브래지어가 오히려 가슴 모양을 망친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여성들까지 다양한 의견과 함께 브라리스의 흐름은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지만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 외출하는 건 여전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의 흐름을 마주하고 있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새로운 ‘스타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이러한 흐름은 긍정적인 변화라 불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