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국 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매혹적으로 풀어낸 멀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코카. 그녀가 꺼내 든 비장의 무기는 바로 클래식한 체크 패턴이었다. 쇼의 막을 연 그레이 스커트 수트를 시작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체크로 무장한 룩이 대거 등장했으니까. 요즘 스트리트 신의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오프 화이트 역시 톤 다운된 글렌 체크를 주조로 컬렉션을 풀어냈다. ‘Nothing New’란 슬로건에 맞춰 베이식한 아이템과 클래식한 체크 프린트를 한데 섞어 개성 있는 컬렉션을 구현한 버질 아블로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뿐인가.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맥시멀리즘 속에도 체크 패턴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고전적인 타탄 체크를 위트 있게 연출한 오버올, 레트로풍 보디수트 위에 쿨하게 걸친 셔츠 등 구찌 쇼에 등장한 체크 패턴은 정말이지 호화로웠다. 이 밖에도 치토세 아베의 해체주의적 감성이 결합된 사카이의 비대칭 실루엣 체크 셔츠 원피스며 마르케스 알메이다의 박시한 플래드 체크 코트, 서로 다른 두 가지 체크 패턴을 버무려 색다른 느낌을 준 겐조의 원피스 등 2017 F/W 시즌 런웨이 곳곳에 탐나는 체크 프린트 아이템이 쏟아졌다. 체크 패턴이 다소 고루하게 느껴진다면 서로 다른 종류의 체크 아이템을 함께 입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린트로 도배하는 ‘과감함’으로 승부해도 좋을 듯하다. 요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넘쳐나니 취향에 따라 고르라는 것.
말쑥한 플래드부터 펑키한 타탄까지, 런웨이를 수놓은 체크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