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이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요즘 여자들이 즐겨 입는 옷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왜 밑에 쫄바지만 입고 다니는 거야? 민망하게.” 그 말을 듣고 보니 길거리에 방금 요가를 마치고 나온 듯 캐주얼한 상의에 레깅스만 입은 여자들이 꽤 많이 지나다닌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뭐, 남자들은 보기 민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옷이 얼마나 편안하고 또 매력적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하이엔드 패션계에서 애슬레저 룩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지도 오래다. 가죽 조거 팬츠, 주얼리를 장식한 스니커즈, 다양하게 재해석된 스웨트 셔츠 등 아이템만 따져도 그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중 이번 시즌엔 ‘추리닝’의 신분 상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드 집업 점퍼와 조거 팬츠를 세트로 스타일링한 룩이 줄을 잇고 있으니 말이다. 펜티×푸마, 마크 제이콥스의 캐주얼한 스타일부터 가죽 버전을 선보인 클로에, 쿠튀르급 디테일로 치장한 사카이 등 트레이닝 웨어의 변신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트렌트에 힘을 실은 건 바로 힙하고 쿨한 셀러브리티들이 트레이닝 웨어에 보이는 애정. 하디드 자매와 캔달 제너는 공식 석상을 제외하면 평소에 거의 트레이닝 웨어만 입을 정도다. 그들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추리닝이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 나름의 스타일링 공식이 있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첫째 꼭 킬 힐을 신을 것. 룩은 캐주얼할지언정 슈즈로 긴장감을 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슬라이더나 스니커즈를 신는 순간 운동복 이상으로 보이기 힘들 터. 둘째는 이왕이면 비비드한 컬러를 선택하고 상하의를 세트로 입는다. 얼마 전 리한나가 입고 등장한 애시드 핑크 컬러의 트레이닝 웨어를 보라! 옷과 같은 색의 앵클부츠와 튀르쿠아즈 컬러 브라톱을 더해 스타일링했는데, 웬만한 이브닝 웨어 못지않게 화려하고 파워풀해 보였다. 마지막으로는 포멀한 아우터를 걸쳐 입는 거다. 트레이닝 웨어 위에 퍼 코트나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한껏 차려입은 듯한 느낌에 반전 매력까지 뽐낼 수 있다. 이번 시즌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이 효과를 노렸는데, 드레시한 블라우스 아래 나이키 레깅스를 스타일링한 것. 이후 여러 매체에서 ‘Leggings are Pants’, ‘레깅스가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했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나이키 레깅스와 하이엔드 패션의 만남은 매우 신선했다’며 찬사를 바쳤다. 한마디로 ‘쫄바지’의 재발견인 셈. 고전적이고 러블리한 드레스를 사랑하는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컬렉션에서 나이키 레깅스를 보게 될 줄 어느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
스포츠 럭스’는 가까운 미래의 패션을 좌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키워드다. 이제 누구도 눈만 즐거운 옷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편안함과 실용성이 전제되어야만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셀러브리티와 런웨이의 룩에서 팁을 얻어 취향대로 마음껏 애슬레저 룩을 즐기면 된다. 누군가 ‘쫄바지’와 ‘추리닝’일 뿐이라 깎아내릴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