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하의 실종’ 룩을 언급하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2017 F/W 패션위크에서 수많은 디자이너가 오프닝 룩으로 앞세운 것이 바로 팬츠리스(pantsless) 패션, 일명 노 팬츠(no pants) 룩 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스텔라 매카트니, 끌로에, 로에베, 마크 제이콥스는 약속이나 한 듯 재킷이나 짧은 코트만을 입은 모델의 캣워크로 쇼의 시작을 알렸으니! 실제로 상의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았는지 혹은 마이크로 쇼츠나 미니드레스를 입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어째든 하의가 종적을 감췄다는 건 같았다. 그러니까 아주 박시한 아우터를 미니드레스처럼 연출했다는 말씀. 새로운 이브닝 웨어의 탄생이라 할 만큼 신선하고 매력적일지라도 솔직히 봄이나 초가을, 아주 잠시 시도해볼 법한 스타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얼 웨이에서 스타일링의 귀재들이 팬츠리스 패션을 어떻게 연출하는지 살펴보면 사계절 내내 시도할 수 있는 룩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하의 실종 룩을 유난히 즐기는 헤일리 볼드윈의 스타일을 눈여겨보자. 여름에는 박시한 티셔츠에 피시넷 스타킹과 워커를 더해 펑크 룩을 시도했고, 얼마 전 패션위크 기간에는 청재킷으로 1990년대 하이틴 스타처럼 연출하거나 짧은 테일러드 재킷으로 시크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듯 ‘쿨 내’를 풍기고 싶다면 오버사이즈 티셔츠나 캐주얼한 아우터가, 우아한 레이디라이크 스타일에 마음이 간다면 허리 라인이 강조된 테일러드 재킷이 제격이다. 헤일리 볼드윈처럼 단신이라면 다리를 과감하게 드러내 하체가 한층 길어 보이는 효과를 노려도 좋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노 팬츠로 어떻게 거리로 나설 수 있을까? 몇 시즌 전 등장한 신종 패션 아이템인 길디긴 사이하이 부츠가 그 해법이 되어줄 것이다. 여러 스트리트 퀸의 스타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허벅지를 아주 살짝 노출하거나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활용하면 한겨울 칼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팬츠리스 룩을 즐길 수 있다.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신는 경우 사이하이 부츠와 같은 색을 선택해 하의 실종 패션처럼 보이도록 눈속임하는 게 신의 한 수!
노 팬츠로 노출을 즐기는 헤일리 볼드윈을 비롯해 킴 카다시안, 리한나, 카일리 제너처럼 가십 걸이 아니어도 좋다. 올겨울엔 과감한 길이의 사이하이 부츠와 오버사이즈 테일러드 재킷으로 하의 실종 룩을 마음껏 즐겨보면 어떨까? 단 재킷 안에 그보다 짧은 마이크로 쇼츠나 미니드레스를 입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