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L SANDER

코트와 패딩 재킷 사이의 간극이 크던 시절이 있었다. 솜털을 가득 채운 캐주얼한 패딩 재킷과 날렵한 선을 이루며 떨어지는 코트는 그 장르가 엄연히 달랐으니까. 하지만 패딩 재킷은 겨울마다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주입하는 키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며 거듭 진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시즌 패딩 재킷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신선함으로 무장한 상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미우미우의 다운 재킷을 들 수 있다. 스키 점퍼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풍성한 여우 털을 더한 패딩 아우터는 실크 팬츠, 크리스털 주얼리와 어우러지며 딱딱한 울 코트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발랄함까지 더했으니! 실크 슬립 드레스 위에 걸친 토즈의 가죽 트리밍 파카나 질샌더의 패딩 블레이저는 또 어떤가. 특히 테일러링을 접목한 패딩 제품을 대거 선보인 로돌포 팔리아룬가의 마지막 질샌더 컬렉션은 패딩의 우아한 매력을 깨닫기에 충분하다. 한편 사카이는 두툼한 컬러 패딩 코트 아래로 자유분방한 느낌의 워싱 데님 스커트를 매치해 한겨울에 참고하기 좋은 실용적인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볼 아이템은 따로 있으니 바로 롱 패딩 코트! 연예인들이 촬영 도중 잠시 짬이 날 때 입을 법한 아우터는 상상하지 말길. 발렌시아가의 원 컬러 룩, 겐조의 롱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이나 펜티 푸마의 재기발랄한 체크 롱 패딩 코트 룩 등 긴 실루엣을 영민하게 활용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니 말이다. 겨울철 보온을 완벽히 책임질 듯한 생김새도 마음에 쏙 들지만 본연의 볼륨을 한껏 살린 실루엣도 세련돼 보인다. 그러니 올 겨울, 하늘하늘한 코트 대신 두툼하고 투박한 패딩 재킷을 선택하는 건 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