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상징과도 같은 진주를 현대적으로 매만지고 싶었습니다.” 이번 시즌 마르코 드 빈센조 런웨이를 수놓은 건 투명한 플라스틱 안에 진주를 가지런히 배열한 주얼리였다. “먼 미래의 로맨틱 룩을 떠올렸어요. 컬러풀한 퍼 코트, 메탈릭한 플리츠 드레스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할 진주 목걸이!” 마치 진주가 얼음에 둘러싸인 듯한 주얼리는 진주의 전형적인 이미지 대신, 동그란 형태와 차가운 표면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우아함과 올드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주를 재조명한 디자이너는 그만이 아니다. 구찌는 영국과 일본, 17세기와 18세기, 도시와 시골을 총망라한 컬렉션 곳곳에 여러 겹 레이어링한 진주 목걸이를 더해 외계의 분위기를 냈고, Y 프로젝트 또한 사이하이 슬라우치 부츠에 이은 시선 강탈 아이템으로 진주 귀고리를 골랐다. 소용돌이치는 형태의 오버사이즈 펄 이어링은 크림색 니트 드레스나 데님 팬츠 같은 실용적인 옷 틈에서 신선한 분위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의복을 재해석한 알투자라와 블루걸 역시 마찬가지다. 고전적인 스타일을 컨템퍼러리하게 보이기 위해 이들이 택한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주를 트리밍하는 것이었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먼지 쌓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매력의 진주를 즐길 일뿐이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