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NI

패션계는 매 시즌 격변한다. 화려한 비즈로 온몸을 감싸는 글램 룩 이 등장하는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낙서 같은 프린트 중심의 스트리트 무드가 주류를 이루는 식. 다시 말해 트렌드를 좇고 싶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갑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토록 급변하는 시장에서 오랜 태동기를 겪고 자연스럽게 메가트렌드로 부상한 아이템이 있다. 다름 아닌 어글리 슈즈. 멀게는 2014년 셀린느의 평범한 슬리퍼를 필두로 인기를 끈 ‘맨달’에서, 가깝게는 지난 2017 F/W 시즌 공개돼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 스니커즈에서 그 발화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못생긴’ 신발이 왜 인기냐고? 럭셔리 브랜드의 2018 S/S 컬렉션을 떠올려보자. 새까만 고무창을 덧댄 크리스토퍼 케인 × 크록스의 샌들, 반투명한 비닐로 감싼 퍼블릭스쿨의 정체 모를 스니커즈, 앞코가 뾰족하게 말려 올라간 로에베의 스니커즈, 스포티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프라다의 네오프렌 스니커즈 그리고 레트로풍 나이키 스니커즈에 두꺼운 구두 굽을 덧댄 꼼데가르송의 힐(!)까지. 이게 뭐지 싶게 투박하고 못생긴 것 같다가도 자꾸 보니 정이 가고 그러다 왠지 한번 신어보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어글리 슈즈의 매력이다.

비슷한 분위기의 슈즈가 이토록 연이어 런웨이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편하고 튼튼한 데다가 존재감까지 확실한 이 아이템의 활약이 제법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암시임이 분명하다. 곧 지금 사면 꽤 유용하게 신을 수 있다는 말씀! 새 것을 사는 대신 신발장에서 멋스럽게 낡은 나이키 운동화와 크록스 샌들을 꺼내도 좋다. 무엇이 됐든 크고 투박한 신발을 받아들일 준비만 마쳤다면 트렌드세터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