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즐기는 첫 단계는 노출이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살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언더웨어를 택한다. 무슨 이야기냐고? 여름이 돌아오면 브라톱, 캐미솔, 슬립 드레스, 코르셋이 침대와 셔츠, 드레스 안을 벗어나 길거리를 활보하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말씀. 올여름도 언더웨어의 외출이 예사롭지 않다. 그중 브라톱과 캐미솔 드레스의 독보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먼저 S/S 시즌 런웨이를 점령한 브라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 한층 아티스틱한 디테일로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헬무트 랭은 여러 개의 스트랩을 활용해 구조적인 실루엣을 완성했고, 알렉산더 왕은 셔츠와 결합한 아티스틱한 스타일을, 메종 마르지엘라는 깃털과 진주를 장식한 쿠튀르급 시스루 브라톱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톰 포드, 프로엔자 스쿨러, 펜디, 와이프로젝트, 생 로랑 등에서 제안한 데님과 가죽, 니트, 시스루 등 다양한 소재로 완성한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브라톱의 향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쇼는 쇼일 뿐, 브라톱을 일상에서 입으려면 분명히 테크닉이 필요하다. 상의로 브라톱 하나만 덜렁 입고 집을 나서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니까. 첫째로 티셔츠나 셔츠 위에 레이어링하는 방법, 둘째는 브라톱이 비치는 시스루 톱을 덧입은 스타일, 마지막으로는 상의는 브라톱에 박시한 재킷을 걸치고 하의는 하이웨이스트를 선택해 노출의 수위(?)를 조절하는 식이 있다. 이 몇 가지 테크닉을 숙지하고 용기를 보태면 일상생활 속 브라톱 스타일링은 문제없을 터. 유혹을 매정하게 뿌리치기엔 이번 시즌 매력적인 디자인의 브라톱이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왔으니 꼭 도전해보길.

 

 

그렇다면 캐미솔은 어떨까? 레이스 장식의 드레스 버전이 주를 이룬 가운데 디테일과 실루엣을 다양하게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프릴을 풍성하게 장식한 알렉산더 맥퀸, 여러 가지 소재와 프린트를 믹스한 안토니오 마라스와 피터 필로토, 밑단을 과감하게 튼 오주르 르주르까지. 이 밖에 캐미솔 드레스를 탐구한 듯한 해체적이고 아티스틱한 스타일에도 주목해보자. 제이슨 우는 룩 곳곳에 스트링 장식을 심었고, 프린 바이 손턴 브레가치는 비대칭 실루엣을 완성했으며 발렌티노와 피터 필로토, 안토니오 마라스는 여러 가지 소재를 하나의 드레스에 과감하게 결합했으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디자이너가 캐미솔 드레스에 매료됐을 뿐 아니라, 이를 컬렉션의 키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어쩌면 무더운 여름에 이것저것 걸치긴 귀찮지만 그렇다고 초라해 보이기는 싫은 여자들의 마음을 디자이너들이 정확하게 간파한 건지도 모르겠다. 예쁜 캐미솔 드레스 하나면 마법처럼 순식간에 차려입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혹시 극도로 매니시한 룩을 즐긴다고 해서 이번 언더웨어 트렌드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더로우, 3.1 필립 림, 티비처럼 잘빠진 트라우저에
미니멀한 순백의 캐미솔을 매치한 룩을 보면 분명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무엇보다 캐미솔이 매력적인 이유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속옷이 연상되는 일명 ‘난닝구’로 누구보다 쿨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심플한 난닝구에는 날이 선 팬츠로 힘을 주고 미니멀한 스니커즈나 플립플롭으로 무심한 기운을 더하는 것도 잊지 말자.

올여름에도 언더웨어는 집 밖을 나설 채비를 마쳤다. 그것도 한층 더 매혹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채 말이다. 외출복이 된 속옷, 이보다 더 여름을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