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스타일에는 수많은 표식이 있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 웨스턴 셔츠, 스웨이드, 데님, 나바호 패턴, 젖소 프린트, 반다나 스카프, 홀치기염색, 새들 백, 콘차 벨트, 패치워크, 프린지, 깃털 등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많은 키워드가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웨스턴 패션의 뿌리에는 미국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개척자와 카우보이, 인디언에게서 탄생한 스타일이라니! 야성적이고 자유로우며 섹슈얼한 웨스턴 스타일이 이제 패션계의 트렌드를 개척해가고 있다.
1년 전, 라프 시몬스는 자신의 미국행을 공고히 하기 위해 웨스턴 룩을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메인으로 내걸었다. 그는 비비드한 컬러로 요크와 포켓에 포인트를 준 셔츠, 양옆에 라인을 더한 팬츠, 앞코에 메탈을 덧댄 카우보이 부츠로 완성한 모던한 웨스턴 룩을 브랜드의 새로운 시그니처로 삼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라프 시몬스의 데뷔 쇼 이래 새로운 컬러와 소재로 변주된 채 꾸준히 컬렉션에 등장하고 있으니! 주목할 건 디자인은 웨스턴 스타일이지만 컬러 매치와 소재 덕분에 1990년대를 호령한 헬무트 랭의 미니멀리즘이 연상된다는 것. “스물두 살때 처음 미국에 와본 이후 언제나 이곳에 오는 것이 꿈이었어요.” 캘빈 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라프 시몬스의 오른팔인 피터 뮬리에의 아메리칸드림은 웨스턴 룩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물론 서부 개척자에 매료된 건 이들만이 아니다. 아크네 스튜디오, 보테가 베네타, 생 로랑, 끌로에, 토즈, 코치, 알베르타 페레티 등 수많은 브랜드가 컬렉션을 다채로운 웨스턴 스타일로 채웠으니 말이다. 정통 웨스턴 스타일이라기보다 캘빈 클라인처럼 모던한 버전으로 재해석하거나 과감하게 파스텔컬러나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더해 로맨틱 무드로 완성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웨스턴 룩을시도해보고 싶지만 카우보이 코스프레 하는 느낌이 들까 걱정이라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씀. 게다가 웨스턴 트렌드는 니나 리치, MM6, 이자벨 마랑, 디올 등에서 선보인 프리폴 컬렉션과 2018 F/W 컬렉션, 리조트 컬렉션을 보면 알 수 있듯 새 시즌에도 꾸준히 개척지를 넓혀갈 전망이다.
웨스턴 룩의 수많은 상징은 이렇게 패션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패션 스타일에 미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니 더욱 흥미롭지 않은가! 디자이너들의 아메리칸드림이 결실을 맺은 웨스턴 룩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토록 많고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