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ANI PRIVÉ

젊은 세대에 오트 쿠튀르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전처럼 패션쇼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노장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르마니 프리베는 이번 오트 쿠튀르 쇼를 위해 이탈리아 대사관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선택했지만, 프레스 노트에 적혀 졌던 기품 있고 섬세한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컬렉션 초반에 등장한 팬츠 수트가 모델들의 보디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며 아르마니 프리베 특유의 우아함을 드러냈고, 윤기 있는 블랙 새틴 소재가 다양한 드레스로 구현돼 쇼에 힘을 실어주었을 뿐. 리본과 플라워 패턴을 더해 좀 더 여성스러워진 몇몇 드레스는 쿠튀르 컬렉션에 웨어러블한 기능성을 더해주었고, 샴페인 골드 패턴의(컬러??) 가운은 비슷비슷했지만 아르마니 프리베 특유의 클래식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한 30여 벌의 드레스는 부드러운 누드 컬러부터 밝은 푸크시아 핑크, 옥색, 짙은 그린, 사파이어 블루까지 다채로운 컬러로 눈길을 끌었지만 1백여 벌의 컬렉션 중 진정한 쿠튀르 정신이 드러나는 의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진정한 쿠튀르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의지만큼은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쇼였다. 이제 그만큼이나 뜨거운 열정과 날카로운 심미안을 가진 젊은 세대가 나타나길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