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얌전하며 클래식할 것. 지난 시즌까지 트위드가 고수해온 이미지는 꽤 고리타분했다. 물론 섬세하기 그지없는 샤넬의 트위드 수트가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레이스에서 시폰에 이르기까지 스테레오타입의 ‘우아함’을 내세우던 소재들이 일제히 힙한 아이템으로 변신한 최근 트렌드를 돌이켜보면 트위드가 비교적 안전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데 쉽게 이견을 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트위드의 변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뻣뻣하고 다루기 힘든 원단의 특성상 재킷이나 코트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존과 달리 쿨한 무드와 개성 넘치는 실루엣을 가미해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무드로 전환을 꾀한 점은 분명 유의미하다. 이를 증명하듯 캘빈 클라인과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는 복고풍의 파워 숄더 재킷과 코트를, 이자벨 마랑과 필로소피는 포멀한 매스큘린 재킷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톰 브라운과 시몬 로샤는 주특기인 입체 재단에 쿠튀르 감성을 더해 예술적인 쇼피스를 완성했고, 알렉산더 왕과 구찌는 핑크 컬러의 트위드 소재를 활용해 독창적인 레트로 퓨처리즘의 세계를 구현했다.

 

트위드의 전형을 따른 케이스도 물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샤넬의 롱 재킷과 팬츠, 그리고 스커트 수트의 정석이라 할 루이 비통의 룩을 보라!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견고한 숄더 라인과 제복을 연상시키는 포켓 디테일, 록 무드의 체인 장식등 쿨한 요소를 곳곳에 숨겨놓으며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트위드의 계절을 눈앞에 둔 지금, 리얼 웨이에서 취해야 할 자세는? 와일드하게 연출할 때 그 진가가 수십 배 더 발휘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 스니커즈를 꺾어 신은 구찌나 매트릭스 선글라스를 더한 알렉산더 왕, 터프한 레더 글러브를 매치한 캘빈 클라인의 스타일링 지침을 참고하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