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살 때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것은 ‘얼마나 자주 입을 수 있느냐’,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한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블랭킷은 최강의 활용도를 자랑한다. 어떠한 형태를 갖춘 옷이라기보다 커다란 천이나 진짜 ‘담요’에 가까운 이 옷은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팔색조 매력을 갖췄다. 런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은 손길이 가는 대로 둘둘 말아 연출하는 아우터의 형태다. 온몸을 감싸는 커다란 숄 같은 디자인으로 일정한 형태 없이 두르기만 하면 끝. 이자벨 마랑, 구찌 등 블랭킷을 선보인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 방법을 사용했다. 사선으로 재단한 캐시미어나 울 소재 블랭킷으로 온몸을 감싸고 브로치로 고정한 채 등장한 모델의 모습은 컬러와 패턴에 따라 아주 포멀하기도 하고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마이클 코어스와 록산다 컬렉션에서는 블랭킷을 코트처럼 걸치되 브로치로 고정하는 대신 한 손으로 앞부분을 움켜쥐고 워킹하는 독특한 애티튜드를 선보였다. 마치 옷깃을 여미는 듯한 이 포즈는 뜻밖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블랭킷을 액세서리로 활용한 브랜드도 있다. 질샌더와 와이프로젝트 쇼에 등장한 모델은 블랭킷을 한 팔에 무심하게 걸친 채 런웨이를 걸었고, 막스마라와 프라발 구룽, 포츠 1961은 한쪽 어깨에 얹어 연출했다. 신기한 것은 ‘천’ 하나 얹었을 뿐인데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도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사실이다. 블랭킷을 스타일링하는 방법은 이토록 다양하다. 정해진 형태도, 연출법도 없다는 것이 바로 블랭킷 룩의 진짜 매력이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지금은 뻔한 겨울 코트보다 블랭킷을 먼저 쇼핑해야 할 때다. 올겨울 어떤 코트를 입을지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담요를 두를지만 고민하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