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엔 꼭 발목까지 내려오는 패딩 점퍼를 살 거야.” 바람이 매서워지기 시작한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세련된 이미지와 거리가 멀던 퍼퍼 재킷이 갖가지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 게다가 많은 브랜드에서 셀 수 없이 다채로운 패딩 점퍼을 선보여 어떤 디자인을 원하든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전형적인 점퍼 이미지를 탈피한 퍼퍼 재킷이 궁금하다면? 무려 8팀의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인 몽클레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와 시몬 로샤는 우아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케이 니노미야와 크레이그 그린은 과감하고 아티스틱한 실루엣을 선보이는 등 그야말로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브랜드의 노하우가 만나 이상적인 패딩 파라다이스를 건설했다. 얼마 전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디자인한 몽클레르의 블랙 롱 패딩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된 배우 에즈라 밀러처럼 과감한 스타일링은 솔직히 불가능하지만, 그처럼 입는다면 한파 따윈 조금도 두렵지 않으리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몽클레르의 8개 라인 중 가장 인기를 끈 건 캐주얼한 패딩 점퍼를 메인으로 컬렉션을 구성한 1952라니, 아무리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한다 해도 활용도 면에서 베이식한 스타일을 따를 수 없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패딩을남다른 느낌으로 즐기고 싶다면 퍼퍼 스톨과 머플러의 활약에 주목할 것. 질샌더, 마르코 드 빈센조, 베르사체, 3.1 필립 림, 록산다처럼 아우터 위에 쫑긋하게 묶거나 어깨에 두르면 색다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시몬 로샤, 에밀리오 푸치처럼 촘촘하게 스티치를 넣어 두께를 얇게 만든 누비 스타일, 반대로 프라다, Y프로젝트, 록산다처럼 스티치를 없애 모던한 매력을 더한 버전까지 퍼퍼 아우터의 향연이 펼쳐졌으니 이제 취향에 따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한편 이 못지않게 런웨이에 많이 등장한 시어링 아우터는 어떨까? 깎은 양털인 시어링 소재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무통 재킷인데, 안감은 양털로, 겉감은 가죽으로 된 이 재킷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보온성 덕분에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런웨이를 휩쓰는 아이템이다. 디올에서 선보인 베이식한 디자인도 좋지만 이번 시즌엔 프라다처럼 비비드한 컬러로, 코치처럼 에스닉한 퀼팅 디테일로 업그레이드된 무통 아우터가 더 눈길을 끈다. 시어링 소재를 겉감으로 활용한 아우터도 쏟아져 나왔는데, 이자벨 마랑, 버버리, 토즈처럼 그래픽적이고 컬러풀한 패치워크를 더한 것이 특징. 시어링 소재를 한층 쿨한 느낌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렇게 젊은 감성을 주입한 스타일이 제격이다. 시어링 아우터는 다소 무거운 게 단점이지만 양털을 깎았기 때문에 다른 퍼 아우터에 비해 부해 보이지 않는, 테디베어가 연상되는 귀여운 실루엣이 매력적이지 않는가! 매년 최악의 한파가 경신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예보다. 올겨울엔 퍼퍼 재킷과 시어링 코트로 온몸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게 필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