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소재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대체로 강하고 차가운 것이다. 아이코닉한 라이더 재킷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은은한 광택을 머금은 짙은 색의 두꺼운 가죽 재킷은 거친 영혼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니까. 하지만 가죽은 진화하고 있다. 점점 더 얇아지고 색도 다채로워져 마치 섬세한 실크처럼 어떤 옷이든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라는 건 이번 시즌 수많은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가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브랜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에베는 가죽을 얇고 길게 잘라 흰색 코튼 드레스 위에 줄무늬처럼 패치워크하거나 컷아웃한 부분을 실로 묶어 자연스러운 주름은 만드는 등 새로운 경지의 가죽 아이템을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머스터드빛 카키, 깊이 있는 빨강, 생기 넘치는 살구색 등 간결한 디자인을 채색한 컬러 팔레트는 가죽에 조예가 깊은 에르메스이기에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곱디고운 컬러의 타조 가죽과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든 팬츠 수트, 셔츠, 케이프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궁극의 럭셔리를 펼쳐냈다. 앞서 언급한 컬렉션을 포함해 이번 시즌엔 유독 여성스러운 가죽 아이템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필로소피의 펀칭과 커팅으로 레이스를 구현한 점프수트, 발렌티노의 풍성한 볼륨과 프린지로 장식한 코트, 인조가죽으로 매듭 장식 드레스를 만든 스텔라 매카트니 등 수많은 브랜드에서 얇디얇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갖가지 룩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가죽은 계속 진화 중이고, 우리는 한층 다채로운 가죽 아이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