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가 타계했다. 불로장생할 것만 같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알리는 부고는 각종 포털 사이트의 메인 이슈로 자리했고, 패션 피플들을 비롯한 대중은 앞다퉈 SNS를 통해 패션계의 전설을 추모했다. 칼 라거펠트가 별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보인 2019 F/W 시즌 샤넬과 펜디 컬렉션에선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 그들의 수장을 추도했다. 펜디는 칼 라거펠트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쇼를 마무리했고, 샤넬은 1분간 경건한 묵념과 함께 칼 라거펠트의 목소리를 오디오로 틀어 장엄한 분위기에서 컬렉션을 시작했다. 샤넬의 캣워크엔 브랜드 앰배서더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새하얀 꽃 한 송이를 든 채 등장했으며 피날레 무대에 오른 카라 델레바인을 비롯해 칼 라거펠트와 절친했던 톱 모델들은 눈물을 훔치며 그녀들이 사랑한 천재 아티스트를 추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캉봉가의 샤넬 부티크 앞엔 약속이라도 한 듯 팬들의 애정 어린 편지와 새하얀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새까만 선글라스와 가죽 장갑, 빳빳한 하이칼라 화이트 셔츠, 단정하게 묶은 백발. 칼 라거펠트를 단순히 디자이너로만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은 천재적인 재능과 무한한 열정으로 혁신적인 스타일과 새로운 코드를 창조해내며 패션계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나는 지극히 패션적인 사람입니다. 패션은 단순히 ‘옷’이 아니에요.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요소를 집약한 예술이죠.” 그가 생전 남긴 말처럼 칼 라거펠트는 패션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