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렘 여성들이 착용하는 히잡이 패션위크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여성의 교육받을 기회와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모슬렘의 전유물 히잡이 패션 액세서리로 사용된다는 건 이슈가 될 만하다. 특히 한때 달아올랐다가 사라져버리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거론될 사회적 이슈라는 점에서 더욱 화젯거리다. 지난해 신인 모델 할리마 아덴이 히잡을 두른 채 뉴욕과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사실은 슈퍼모델 지지 하디드의 캣워크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런웨이에 현대인의실생활을 반영해 인종과 종교, 성별과 나이, 사이즈를 초월한 다양한 모델을 기용하는 추세인 하우스 브랜드에 할리마 아덴은 더없이 신선하고 매력적이었을 터. 이후 그녀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모델로 발탁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며 모슬렘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최근 모슬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위해 ‘나이키 프로 히잡’을 제작했다. 모슬렘 여성 선수들이 경기 중 히잡 착용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이 제품으로 제한적이던 모슬렘 여성의 운동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뿐 아니다. 2019 S/S 시즌부터 F/W 시즌에 이르기까지 패션위크에서 히잡을 떠올리게 하는 헤드피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할리마 아덴을 모델로 기용한 막스마라, 톰 포드, J. W. 앤더슨에서 히잡과 유사하게 생긴 두건을 선보였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히잡을 종교적 관점에서 여성을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구에서는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히잡을 패션으로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두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패션 브랜드들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모슬렘 여성에게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는 새로운 모습의 히잡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여성 인권 문제를 한 발짝 진보시키고, 종교와 스포츠를 포용하는 시도가 될 수 있을지, 또 다른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