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YCLE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보도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리사이 클링과 업사이클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아디다스는 밑창, 신발 끈까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퓨처 크래프트 루프’의 판매를 예고했으며, 영국의 럭셔리 하우스 멀버리는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ECONYLⓇ)과 지속 가능한 면 소재를 혼합한 새로운 종류의 패브릭을 개발했다. 또 환경을 파괴한다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노력을 보여온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은 와인을 생산하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 대체재 비제아(Vegea)로 제작한 슈즈와 백을 선보였고, 프라다는 2020 F/W 맨즈 쇼를 통해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버려진 플라스틱 보틀을 리사이클링한 원사로 만든 의류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주목해야 할 해외 브랜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룰루레몬과 아크네 스튜디오 출신 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요가 웨어 브랜드걸프렌드 콜렉티브(Girlfriend Collective)와 ‘우리에게는 플래닛 B가 없다’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펼치며 유명세를 얻은 스페인 브랜드 에콜프(Ecoalf)가 대표적인 예. 걸프렌드 콜렉티브는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재활용 어망, 기타 폐기물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며, 에콜프는 어부들과의 협업으로 바닷속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직물로 가공해 질 좋은 옷을 만들어낸다.

REWORK

다른 목적으로 생산된 패브릭이나 가죽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수수무는 버려지는 산업용 어닝(차양) 원단 자투리를 사용해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오픈톨드는 명품 브랜드의 더스트 백과 수트케이스를 가공해 가방과 모자를 만든다. 루이 비통 가죽에 매료된 맨해튼의 아티스트 사라 콜먼은 자신의 빈티지 트롤리를 뜯어 기성품을 장식한다. 의자와 라이터를 비롯해 멀티탭, 럭비공과 우유 팩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그녀의 작품은 인스타그램(@sarahcoleman)에서 감상할 수 있다.

REUSE

환경보호를 위해 새 옷을 절대 사지 않는다는 배우 에즈라 밀러의 인터뷰 이후 빈티지 패션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제니퍼 애니스턴이 SAG 어워드에 존 갈리아노의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데 이어, 킴 카다시안이 직접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로베르토 까발리의 2000 F/W 시즌 드레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것. 값비싼 신제품도 얼마든지 입을 수 있는 셀러브리티들이 보여준 의외의 선택은 팔로어들의 빈티지 제품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인 메건 마클은 로열패밀리의 관습을 깨고 일명 ‘돌려 입기’를 선보였는데, 약혼 발표 때 입은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드레스를 아프리카 투어 때, 남아프리카 투어 에서 입은 블루 드레스를 투포 학교 방문 때 다시 입으며 여성인권 제고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주장하던 사회운동가의 면모를 은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RE-SELL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감각적인 빈티지 숍들이 새로운 쇼핑 스폿으로 떠올랐다. 10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보유한 아이엠댓샵 (www.iamthatshop.com)은 빈티지 무드 제품을 판매하는데, 개인 디자이너나 이름 없는 브랜드의 오래된 물건들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의 제품을 1백 달러 이하로 구매할 수 있어 인기다. 고가의 빈티지 아이템을 믿고 사고 싶다면 WGACA(www.whatgoesaroundnyc.com)가 적당하다. 샤넬과 디올, 루이 비통 등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다루며 뉴욕과 LA에 매장이 있어 여행 중 방문하기에도 매력적이다. 국내에서는 모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밀리언 아카이브가 강세다. 성수동에 매장을 둔 밀리언 아카이브는 하와이언, 원피스처럼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제품만을 판매 하는 게 특징이다. 비닐봉지를 제공하고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으면 단돈 2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이벤트처럼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