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 WITH MARC

마크 제이콥스의 쇼를 앞두면 항상 초긴장 상태다. 뉴욕 패션위크의 마지막 스케줄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때로는 단 1분도 지체 없이 쇼장 문을 닫고, 뭔가 심상치 않은 광경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제이콥스는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쇼가 시작되고, 전설적인 안무가 캐럴 아미티지가 이끄는 무대 위로 무용수들이 모델들과 함께 쏟아져 나와 춤사위를 펼쳤으니! 관전 포인트는 또 있었다. 디자이너와 절친한 마일리 사이러스가 모델로 런웨이에 선 것. 무엇보다 1960년대의 아이콘과 1990년대 마크 제이콥스의 전성기가 떠오르는 룩으로 채운 컬렉션은 보는 내내 심장을 사정없이 두근거리게 했다. 쇼의 묘미를 간파한 마크 제이콥스가 선사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SING TOGETHER

쇼 내내 흐르는 음악은 현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몇몇 디자이너는 컬렉션과 더불어 라이브 공연으로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강렬하게 전하려고 한다. 토리 버치 쇼에서는 앨리스 스미스가 관중 사이에 앉아 감미로운 노래로 쇼장을 채웠고, 마이클 코어스는 시즌 키워드인 ‘편안한 화려함’을 대변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집으로 꾸민 무대를 배경으로 오빌 펙이 들려주는 컨트리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코치 1941 쇼에서는 록 밴드 더 코트 행어가 1970년대를 주름잡던 밴드 블론디의 곡을 연주했는데, 피날레에 일흔 살이 넘은 블론디의 보컬 데비 해리가 비밀리에 등장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두말할 것 없이 눈도 귀도 즐거운 쇼였다.

 

NEW COUTURE

뉴욕이 배출한 신진 쿠튀리에를 소개한다. 에리어를 이끄는 디자이너 듀오와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가 그 주인공. 에리어는 아프리카 센터와 함께 개발한 소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드라큘라>의 룩을 오마주한 가죽 제품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융합해 하나의 컬렉션으로 소개했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창의적인 하트 실루엣 드레스 시리즈는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쇼를 선보인 지 단 세 번 만에 스타가 된 스물여섯 살의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역시 파격적인 룩을 제안했다. “나는 소수를 위해, 오랫동안 지속될 컬렉션을 만든다”라고 전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딸기가 연상되는 실루엣의 풍성한 드레스를 한층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 두 컬렉션은 뉴욕에서도 패션 판타지를 이토록 충만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구를 지켜라!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신을 적극적으로, 또 남다르게 설파한 두 컬렉션을 소개한다. 에카우스 라타는 리세일 사이트인 더리얼리얼과 손잡고 컬렉션 룩의 모든 신발을 제공받았다. 한마디로 중고 신발이 쇼에 올랐다는 이야기. 디자이너 듀오는 지속 가능성이 자신들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에카우스 라타 컬렉션이 최대한 긴 생명력을 갖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콜리나 스트라다는 더욱 직접적이고 경쾌한 방법을 택했다.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낭송하며 쇼의 시작을 알리고, 컬렉션을 대부분 리사이클링 원단으로 제작한 것. 작은 정원을 닮은 신발이나 아름다운 자연물을 프린트한 룩을 선보이고, 임신부와 아이, 예술가 등 콜리나 스트라다의 생각을 지지하는 여러 인물이 모델로 등장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지구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STAR WARS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인 톰 포드가 뉴욕을 뒤로한 채 LA로 향한 결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째든 그는 새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떠났다. 이유인즉 쇼 며칠 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LA에서 열리기 때문. 아닌 게 아니라 쇼에는 제니퍼 로페즈, 르네 젤위거, 마일리 사이러스, 제이슨 모모아 등 웬만한 시상식 못지않게 수많은 스타들이 참석했으니 그의 의도는 적중한 셈! 스타들은 프런트 로에서 톰 포드가 정의하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된 채 두 눈을 반짝였다.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이슈를 만들고자 한 그의 의도는 온통 거울 조각으로 장식한 톰 포드 드레스를 입고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에 선 제니퍼 로페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