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vermillon

‘르 베흐미옹’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2017년 4월 론칭 후 매 시즌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르 베흐미옹, 즉 다홍색은 내게 초심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사적인 이유에서다. 그리고 여러 나라 언어 중 다홍색을 프랑스어로 발음했을 때 가장 모호한 느낌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르 베흐미옹의 컬렉션이 특정한 장르로 구별되길 원치 않은 내 의도가 담겨 있다.

르 베흐미옹 컬렉션은 동양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왜 오리엔탈 무드에 매료됐는지 궁금하다.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했기 때문일 까? 동양적인 것에 집중했다기보다 그저 내가 할 줄 아 는 것을 했을 뿐이다. 정적이고 집요한 성향이라 나와 거리가 먼 것에는 호기심을 못 느끼고 가까운 것을 들여다보는 편이다.

일본에서 공부한 이력이 컬렉션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 내가 공부한 학교는 기본기에 충실한 곳이다. 디자인은 가르치지 않고 기술적인 부분을 수업 했다. 디자인은 각자의 몫이고, 스스로 책임지라는 학교의 철학이 몸에 밴 덕분에 지금도 샘플을 대부분 직접 만들고 있다. 가장 다행스러운 건 디자인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드. 느낌이나 기분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 태가 있는 것으로 구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 영향인지 매 시즌 룩 북이 아주 인상적이다. 패션 영상이나 쇼까지 모두 무척 독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로 시즌 컨셉트에 스토리가 있는 편이다. 그래 서 비주얼 작업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사진가 백도현과 주로 작업하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모델 선정도 흥미롭다. 일반인이나 아티스트를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웠다. 항상 섹시하고 유머러스한 기운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어렵게 설득한 사람도 많고, 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아닐 텐데 브랜드를 위해 함께해주는 것이 내게는 기적 같다.

2018 F/W 시즌 쇼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기획한 쇼인가? 경양식 돈가스를 먹으러 종로에 간 일이 계기가 됐다. 운명처럼 쇼를 해야만 하는 공간을 만난 것이다. 르 베흐미옹의 옷을 입은 여인들이 지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상상이 뿌리가 되어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갔다. 그 덕분에 초현실적인 분위기에서 컬렉션을 소개할 수 있었다. 2020 S/S 시즌의 ‘Les Femmes’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가벼운 허영과 유희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떠올렸고, 입체와 평면을 오가며 구현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이를테면 드레스 위에 체인으로 가슴의 곡선을 표현하거나 음영이 강조되는 원단으로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고 감추는 것처럼. 무엇보다 ‘입었을 때 기분 이 좋을 것’이 중요한 화두였다. 촉감, 실루엣, 컬러, 무게 등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르 베흐미옹의 옷은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나? 이메일(levermillon9@gmail.com)로 예약한 후 연남동 쇼 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메일로 주문할 수 있다.

 

jinjonjam

브랜드 이름이 유니크하다. 어떻게 탄생한 이름인가? 브랜드 소개도 부탁한다. 가볍고 단순한 이름을 원 다. 내 한국 이름 류경진의 진, 미국에서 초등학교 다 닐 때 이름인 존, 영국 유학 당시의 별명 잼, 이 세 가지를 합쳐서 ‘진존잼’이 됐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 쇼에 올린 컬렉션으로 브랜드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졸업 작품이 아이디어를 강조했다면, 첫 컬렉션은 퀄리티에 집중 했다.

첫 컬렉션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다닐 당시 좋아하는 사진집을 스캔하다 실수로 책이 미끄러져 독특하게 구불거리는 이미지가 나왔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수를 미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가볍고 재미있는 것들도 쌓이면 무게감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존잼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미감은 무엇인가? 재미. 아이템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 재킷 안감에 프린트를 하거나 코트 밑단에 꼬불꼬불한 파이핑 디테일을 더하거나 한 입 먹고 찍은 아기 곰 모양 샌드위치와 음식 찌꺼기 같은 이미지를 프린트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설프게 남겨지거나 실수로 탄생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2020 F/W 컬렉션 무드 보드에는 어떤 이미지가 자 리하고 있나? 한복 입은 할머니, 직접 만든 도자기, 남 은 음식, 인형 꽁이와 키키. 네온 자카드 원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과 강렬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얇은 노방 소재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케이터링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게시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취미로 요리를 해오던 중 주얼리 브랜드 지예신의 론칭 쇼케이스 케이터링을 맡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페나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을 컨설팅하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진존잼이라 면 뭔가 재미있는 계획이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푸드 컨설팅과 투어 의상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일단은 쓰다만 책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톡 쏘는 맛 이 느껴지는 진존잼으로 기억되고 싶다.

 

The Museum Visitor

더 뮤지엄 비지터라는 브랜드 이름에서 예술적 감성이 묻어난다. 2016년에 론칭한 예술 창작을 기반으로 하 는 패션 브랜드다.

예술 창작을 기반으로 한다니, 디자이너 박문수의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 학교를 다니다 자유를 찾아 베를린으로 떠났었다. 베를린에서는 철학과 예술에 빠져 지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군 복무를 마치고 파리와 뉴욕 등으로 긴 여행을 떠났는 데,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상업적으로 풀어낼 방법을 고민해보니 결국 패션을 떠올리게 되더라. 여행을 하며 틈틈이 빈티지 옷 위에 그림을 그려 판매했고, 이 를 계기로 ‘더 뮤지엄 비지터’를 론칭했다.

예술가를 꿈꾸다 패션으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 패션을 선택했다. 현실적인 이유다. 그리고 패션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콜라주나 페인팅 등 아티스틱한 프린트가 눈에 많이 띈다. 모두 직접 작업한 건가? 새 시즌 프린트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맞다. 모두 내가 직접 그리거나 찍은 사진을 이용한다. 2020 F/W 시즌에는 대부분의 아이 템에 모두 새로 작업한 이미지를 적용했고,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새 컬렉션의 키 아이템을 꼽는다면? 순수한 창작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철학이며 시즌 키워드다. 생화를 이용해 만든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단 맥 코트. 생화를 이용한 점이 마음에 든다. 룩 북도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델 20명을 섭외해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포착했다. 나체의 순수함을 담고 싶어 꼭 필요한 옷만 입고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들이 상업적이진 않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순수한 창작은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룩 북도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델 20명을 섭외해 그들 사이에 흐르 는 미묘한 기류를 포착했다. 나체의 순수함을 담고 싶어 꼭 필요한 옷만 입고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들이 상업적이진 않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순수한 창작은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더 뮤지엄 비지터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지금보다 더 창의적인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것이 결국 상업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