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영화 <세버그>에서 진 세버그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1950년대에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었던 여배우들을 떠올리며 봄 컬 렉션을 구상한 버지니 비아르. 그녀는 진 세버그가 생전에 즐겨 입은 스트라이프 패턴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 자신의취향이 담긴 또 하나의 샤넬 쇼를 완성했다.

레지나 표

레지나 표는 따스하면서도 경쾌한 컬러 팔레트를 구상하기 위해 레바논 화가 에텔 아드난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2의 쿠사마 야요이라고도 불리는 그녀의 작품은 풍부한 색채가 예술적이란 평을 받는다. 바이올렛, 라임, 블루 등 청량한 색감의 조합을 만끽하길.

랑방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내 동화 같은 컬렉션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브루노 시아렐리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그는 1989년에 방영된 판타지 애니메이션 <리틀 네모>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을 감각적으로 구현한 룩을 선보였는데, 코믹 북을 고스란히 옮겨 프린트한 스카프며 달콤한 파스텔빛 체크무늬를 담은 원피스 등 노스탤지어를 유쾌하게 자극하는 요소가 많이 눈에 띄었다.

사카이

조지 클린턴이 프로듀싱한 펑카델릭의 앨범 <One Nation Under a Groove> 재킷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치토세 아베. 인류 대통합과 세계 평화란 다소 거창한 주제를 프린트로 위트 있게 드러낸 그의 감각이 빛났다.

꼼데가르송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레이 카와쿠보. 그의 독창적인 실험 정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린 실루엣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한 플로럴 프린트, 드라마틱한 엠브로이더리 장식까지, 르네상스 스타일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꼼데가르송 쇼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감동적이었다.

막스마라

여성 인권과 영화. 이 두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막스마라는 이번 시즌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모티프로 컬렉션을 구상했다. 단, 그간 섹시한 조력자 정도로 묘사됐던 본드걸 대신 2020년 새롭게 선보일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최초로 여성 제임스 본드로 분한 배우 라샤나 린치에게 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 핵심. 디자이너 이언 그리피스가 상상한 여성 제임스 본드의 룩은? 버뮤다쇼츠를 중심으로 한 스리피스 수트다.

생 로랑
생 로랑 특유의 관능적인 분위기가 1970년대 전설의 록 스타들을 만나 한결 더 진화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믹 재거, 데이비드 보위 등 그 시절을 풍미한 로커들의 스타일을 꼼꼼히 살폈고 그만의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그 결과 각진 파워 숄더 수트와 타이트한 데님 버뮤다쇼츠, 가죽 팬츠 등 치명적인 매력을 드러낼 아이템이 대거 등장했다.

코치 1941

<인터뷰> 매거진의 표지 일러스트로 명성을 얻은 뉴욕의 예술가 리처드 번스틴. 코치 1941은 대담한 컬러 팔레트를 활용한 팝아트와 포트레이트의 조합이 위트 있는 그의 작품을 프린트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젊은 뉴요커의 감성을 이보다 더 감각적으로 드러낼 순 없을 듯.

모스키노

2020 S/S 시즌, 모스키노 쇼엔 ‘거울 앞의 여인’, ‘여인의 두상’ 등 파블로 피카소의 명화가 대거 등장했다. 과장된 실루엣에 현란한 색채의 추상화를 프린트한 드레스부터 ‘만돌린을 켜는 소녀’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카이아 거버의 룩까지! 컬렉션 곳곳에 다채롭게 활용된 거장의 작품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토리 버치

그간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영감을 안긴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토리 버치 역시 이번 시즌 다이애나 비의 전설적인 스타일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호평받았다. 다이애나 비가 생전 즐겨 입던 물방울무늬 원피스부터 과감한 일러스트로 포인트를 준 벌키한 스웨터까지, 토리 버치의 DNA를 이식한 다이애나 비 룩은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인다.

아크네 스튜디오

매 시즌 예술과 패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능한 재능을 맘껏 펼쳐보이는 조니 요한슨은 올봄 컬렉션의 주제를 스웨덴 아티스트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풍경화로 잡았다. ‘Stormy Escape’를 테마로 한 봄 컬렉션의 캠페인 역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추상적인 작품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독창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질샌더

미니멀리즘의 대가 질샌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단정한 실루엣과 오가닉 패브릭, 차분한 얼시(earthy) 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띈 기하학적 패턴은 1960년대에 성행한 사이키델릭 아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난해한 프린트도 루크 & 루시 마이어 듀오의 손을 거치면 지극히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