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 DES GARÇONS

 

도쿄에 있는 꼼데가르송 오피스에서 소규모로 열린 쇼. 레이 카와쿠보는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고국에서 새 컬렉션을 소개했다. 대가의 독보적인 철학은 여전했다. 조화를 거부하고 대비에 집중한 것. 베어브릭과 미키마우스, 그래피티가 뒤섞인 프린트에 규칙 없이 PVC를 구기거나 쌓아 완성한 풍선 같은 실루엣의 드레스가 컬렉션의 주를 이뤘다. “인간은 항상 조화와 논리를 추구하지만 불협 화음은 예상하지 못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번 컬렉션의 주제다.” 과감하게 충돌하는 여러 요소를 뒤섞은 컬렉션은 그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주제를 함축하고 있었다. 플랫폼 스니커즈와 메리제인 슈즈는 이브 살로몬과, 투명한 힐은 멜리사와 협업해 선보인 것이라고 한다. 런웨이에 오른 스무 벌의 컬렉션은 하나같이 꼼데가르송의 미학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SACAI

 

처음으로 고국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치토세 아베. 그래서 더욱 특별한 장소를 물색했다는 그녀는 오다와라 문화재단의 에노우라 전망대로 프레스들을 초대하며, 일본 문화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전파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고 전했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쇼가 시작됐다. 쇼 도중에 샤데이의 얼굴을 프린트한 티셔츠가 등장하고 피날레에 그녀의 대표곡 ‘Kiss of Life’가 울려 퍼졌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이 영국 뮤지션에게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치토세 아베는 “샤데이의 음악은 매우 부드럽지만 힘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뮤즈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브닝 웨어, 밀리터리 룩, 스포티즘 등 다양한 요소를 경계 없이 조합한 룩을 제안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했음은 물론이다.

 

JUNYA WATANABE

 

온통 모노크롬 컬러로 반짝이는 룩을 입은 마네킹들이 꼼데가르송 오피스를 가득 채웠다. 준야 와타나베는 쇼 대신 이처럼 단순한 인스톨레이션을 택했다. “스타들이 입었던 의상을 내 기억을 바탕으로 재현했다. 그 기억은 온통 흑백이며, 가상의 스타 네 사람의 포토 타임을 구현했다.” 심지어 그는 가상의 인물들에게 ‘스팽글스(The Spangles)’라는 이름도 선사했다. 컬렉션은 펑크 무드가 짙게 깔려 있었고, 스팽글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소재를 적절히 조합했으며 의외로 대부분 우아해 눈길을 끌었다. 오색찬란하거나 전위적이지 않아도 준야 와타나베의 스타들은 충분히 강렬했다.

 

NOIR KEI NINOMIYA

 

스승 레이 카와쿠보를 따라 도쿄로 돌아온 케이 니노미야. 꼼데가르송 오피스에 런웨이를 마련한 그는 이번 컬렉션을 파리에서 하던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소개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정해진 테마는 없었다. 처치스와 손잡고 만든 스터드 장식 로퍼를 신은 모델들이여전히 다크 로맨스를 꿈꾸는 젊은 쿠튀리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긴 옷을 입고 등장했다. 쇼를 펼치는 도시를 옮긴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없는 듯하지만, 분명 한층 진화한 컬렉션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구슬을 엮은 와이어와 반투명 튜브를 이용해 역동적으로 몸을 감싸거나 각종 리본을 초현실적으로 촘촘하게 쌓아 올리고, 비즈를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형상으로 장식하는 등 오직 누아르 케이 니노미야에서만 볼 수 있는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졌으니! 흥미로운 건 어쩐지 긍정적이고 로맨틱한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TOMO KOIZUMI

 

뉴욕에서 두 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쇼를 펼치며 단숨에 패션계의 기린아로 급부상한 토모 코이즈미. 그는 이번 시즌 룩 북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제안해 토모 코이즈미의 쇼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수많은 패션 피플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야말로 어쩌면 그의 DNA가 명확하게 드러났는지도 모른다. 일본 전통 결혼 문화를 적절하게 녹인 이미지를 완성했으니 말이다. 특히 무지개 컬러를 걷어낸 순백의 튈 장식 드레스를 눈여겨볼 것. 파격만이 토모 코이즈미의 세계라고 여겼던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뜨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유감없이 뿜어냈기 때문이다. 어떤 신부가 이토록 우아한 드레스 앞에서 침착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미니 드레스 시리즈는 자신의 컬렉션에 실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과연 슈퍼 루키다운 행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