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든 초 첫 컬렉션 JADEN CHO A BOUQUET

JADEN CHO

 

몇 년 전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플로리스트, 그다음은 프롭 스타일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성복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조성민,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다. 지금은 직업의 영
역을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지만, 플로리스트나 프롭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기엔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꽃을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 정도면 좋겠다.

 

제이든 초 첫 컬렉션 JADEN CHO A BOUQUET

 

얼마 전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공개한 첫 컬렉션의 타이틀도 ‘A BOUQUET’다. 조성민에게 꽃이란 무엇인가? 절대적인 미의 기준. 절대적이란 표현은 아무 데나 쓸 수 없는 말인데, 꽃에는 가능하다. 상대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패션 디자이너인 내게 꽃은 언제나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를테면 최고의 드레스에서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튤립 한 송이가 보여준다. 평소에도 꽃에서 가장 많이 영감을 얻는다. 첫 컬렉션 역시 행복한 순간을 꽃 모티프에 투영했고, 그 순간이 모여 큰 꽃다발 형태로 완성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브랜드와 첫 컬렉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기 바란다. 브랜드 이름은 내 영어 이름인 ‘제이든 초(Jaden Cho)’다. 2020년 런던에서 시작해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오트 쿠튀르적 미학을 제시하고 싶다. 평소 ‘행복하자’를 되뇌며 지내는데, 일상의 행복은 보통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들을 첫 컬렉션에 조화롭게 담아내고 싶었다. 쏟아지는 꽃과 반짝이는 불꽃 패턴을 프린트하거나 빛나는 소재로 놓은 자수가 그 일환이다.

 

첫 컬렉션은 물론 이전 작업 역시 심미적인 것을 탐닉하고 연구한 흔적이 역력하다. 상업적인 부분을 배제한 컬렉션을 국내에서 선보이는 건 쉽지 않은 결정 같다. 나 역시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국내시장을 과소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려 더 상업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었다. 일반적이지 않아 더욱 입고 싶다는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옷. 그래서 제작을 맡을 작업장을 찾는 데 고전했다. 그 대신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옷이기 때문에 완성됐을 때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 컬렉션의 키 룩을 소개한다면? 원단을 작은 나뭇잎 모양으로 잘라 레이스처럼 구현한 퀼트 드레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작은 가위 스무개 정도의 날이 마모될 때까지 잘라냈더니 완성되었다. 언제나 최고급 소재에 무언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이 드레스는 그 반대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

 

제이든 초 첫 컬렉션 JADEN CHO

 

그렇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룩은 무엇인가? 꽃다발 모티프를 캐비아 비즈로 수놓은 베스트 앙상블. 이번 컬렉션 중 가장 먼저 작업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꼬박 한 달간 4명이 함께 완성한 데이지꽃 코트도 마음이 간다. 코트 전체에 데이지 자수가 가득한데, 자수 하나를 위해 수많은 재료와 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실크 리본으로 데이지 잎을 만들고, 그래픽으로 난초 줄기를 표현하고, 반짝이는 비즈로 수를 놓는 등 여러 명의 손을 거쳐 완성했다.

피팅 모델을 자청하는 모델 이혜승, 룩북 작업을 같이한 사진가 조기석까지 항상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이혜승과 함께하는 과정은 매우 즐겁고 또 고맙다. 지난 6개월간 2주에 한 번꼴로 스튜디오에 들러 피팅해주고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톱 모델 이혜승과 밥 한 끼 먹으면 컬렉션 룩 하나가 나온다”라고 농담 섞인 진담을 할 정도로 많은 영감을 주는 친구다. 사진가 조기석 역시 언제나 나를 여러 가지로 이끌어주고, 최고의 이미지를 선물해준다. 처음에 프롭과 세트 스타일링을 하게 된 것도 조기석의 제안 덕분이었다. 신진 패션 디자이너에겐 과분한 친구들이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어디에서 제이든 초 컬렉션을 만날 수 있나? 대량생산이 어려운 옷이 많아 주문 제작 형태로 전개할 예정이다. 8월쯤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조금 더 커머셜한 라인을 판매하려고 한다. “서울에서 이런 옷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다.

 

제이든 초 첫 컬렉션 JADE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