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DIOR

디올 오트 쿠튀르 쇼장이 프랑스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Eva Jospin)의 작품
‘샹브레 드 수아(Chambre de Soie)’로 뒤덮인 것만 보아도
이번 컬렉션에서 자수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가상세계에 집중하는 2021년에 다시금 현실의 존재를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촉각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물질, 즉 자수를 사용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컬렉션에는 눈으로 보기에도 다양한 질감이 느껴지는 자수와 깃털 장식, 플리츠 등이 돋보이는 룩이 등장했다.
쇼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자수 장식이 매혹적인 룩을 필두로 섬세한 장식과 우아한 플리츠,
수작업으로 엮는 제작 방식이 독특한 드레스들이 등장했고 오트 쿠튀르의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물 흐르듯 유려하게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드레스들과 아스라히 비치는 얇은 패브릭 위에
깃털을 입체적으로 수놓은 피날레 룩들은 오트 쿠튀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발렌티노 VALENTINO

패션과 예술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촘촘한 그물망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트 쿠튀르와 회화의 만남.
발렌티노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영원하면서도 물리적이고 전통적이며 독창성을 지닌,
아름다움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분야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근본적인 가치를 깊이 있게 탐구한 결과물이었다.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라는 쇼 제목에 걸맞게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현대미술 분야 예술가 17명과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술가들과 영감을 주고받기 위해 수많은 원격 미팅을 통해 오트 쿠튀르의 제작 기법, 테일러링, 컬러에 관한 지식을 나누었고
그 결과 화가들의 작품을 꼭 닮은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선보였다.
풍성하고 과장된 실루엣과 플라밍고 핑크, 샤르트뢰즈, 바이올렛 등
다채로운 컬러의 볼 가운을 입은 모델들이 걸어 나오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영감의 원천이 된 회화 작품과 드레스가 한자리에 놓여 있는
아틀리에의 전경은 진정 오트 쿠튀르가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된 순간이었다.
발렌티노가 예술가들과 영감을 공유한 대화를 통해 컬렉션을 준비하고 제작하는 모든 과정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일부라는 값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스키아파렐리 SCHIAPARELLI

스키아파렐리의 오트 쿠튀르는 단순히 장인이 만든 아름다운 옷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이번 쿠튀르 쇼도 다르지 않았다.
장 폴 고티에와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에게서 영향을 받은 듯한
곡선 형태, 콘브라, 조형적인 모티프까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탄생했고,
옷이라기보다는 마치 특별한 형태의 아트 피스 같았다. 이 모든 룩에 방점을 찍은 독특한 액세서리와
주얼 장식 역시 쿠튀르 컬렉션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최근 벨라 하디드가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서 가슴 부분에 폐를 연상시키는
금장 주얼을 장식한 스키아파렐리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대니얼 로즈베리가 구현한 초현실적 쿠튀르의 세계,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설명하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