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밀라노, 런던 컬렉션에서
동분서주한 에디터들의 기록.
지극히 사소하거나 특별했던 순간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 두오모 근처 광장은 오래된 고딕 양식 건축물이 즐비했고, 그 사이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와 버스킹 하는 가수, 각국의 여행객, 알록달록한 헬륨 풍선 등 전혀 연계성 없는 광경이 하나의 장면으로 연출되고 있었다. 잠시 여유가 생긴 틈에 문득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낯선 곳에서의 운명적 만남과 설렘이 떠올랐다.
밀라노 패션위크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밀라노행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보안 검사를 하던 중 이유 없이 가방 속 짐이 문제가 되었고, 보안 검색대에 40분 이상 붙잡혀 있었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탑승 시간이 임박해 전력 질주했지만 결국 비행기는 떠났고, 꼼짝없이 파리 공항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낯선 곳에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초조함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평화로운 공항 분위기에 이내 두려움이 가라앉았다. 티켓을 교환하고 물을 사기 위해 들른 편의점에서 발견한 <마리끌레르> 프랑스판.
GUCCI 2023 F/W 구찌의 DNA를 느낄 수 있었던 감각적인 쇼장과 오프닝 룩.
패션쇼에 참석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호텔에 도착한 인비테이션을 확인하는 일이다.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돋보인 초대장은 단연 Y2K 트렌드에 올라타 화려하게 부활한 디젤. 초대장에 동봉된 콘돔을 발견한 순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가 외친 ‘석섹스풀(sucsexful)한 삶을 위하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가 쇼에 참석하는 모든 이의 성 긍정성에 대한 인식과 자유, 그리고 즐거움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쇼장에서 마주한 귀여운 순간들. GCD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아노 칼차가 키우는 고양이에게 영감 받은 쇼. 런웨이를 압도한 귀여운 거대 고양이의 등장! 스포트막스 쇼장에 놓인 빈티지 소파. 그날 관객은 똑같은 의자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각양각색 소파에 앉아 쇼를 관람했다.
4대 패션위크 현장에서 한국 셀러브리티를 만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막강한 팬덤으로 세계적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한국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이 입증되는 순간. 왼쪽부터 펜디 앰배서더 송혜교, 프라다 앰배서더 송강, 토즈 앰배서더 레드벨벳 조이, 디젤 쇼에 참석한 박재범, 펜디 쇼에 초대된 (여자)아이들 우기, 보테가 베네타 앰배서더 BTS RM, 페라가모 쇼에 참석한 NCT 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