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LOÉ × ESTAÇÃO PRIMEIRA DE MANGUEIRA


이보다 더 유쾌한 작별 인사가 있을까? 2020년 말부터 나타샤램지 레비의 뒤를 이어 끌로에를 이끌어온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하우스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컬렉션을 기념하기 위해 브라질의 삼바 학교(Estacao Primeira de Mangueira) 공연단을 런웨이로 초청했다. 그가 브라질과 인접한 우르과이 출신이라는 점, 대지의 색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는 점을 상기하면 삼바 공연은 섬세하게 테일러링한 끌로에의 드레스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선택.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페어웰을 하나의 축제로, 또 그간의 아름다웠던 끌로에를 추억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든 가브리엘라 허스트 특유의 호쾌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CHRISTIAN COWAN × SAM SMITH

새 시즌, 파리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벤트를 꼽으라면 누구라도 크리스천 카원의 쇼를 언급할 것이다. 카원의 첫 파리 컬렉션을 위해 연인인 샘 스미스가 런웨이에서 관객에게 라이브 공연을 선사했기 때문. 그는 카원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퍼 코트와 모자를 착용한 채 퍼로 감싼 마이크를 쥐고 노래했으며, 쇼 말미에는 카원 역시 비슷한 분위기의 퍼 룩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COPERNI × IRCAM

세바스티앙 메이어(Sébastien Meyer)와 아르노 베일랑(Arnaud Vaillant)에 따르면 코페르니의 새 시즌 컬렉션은 소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음악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감각적 유희를 이끌어내며, 단순한 말과는 다른 의미로서의 소리. 이 테마를 옷의 움직임으로 치환해내기 위해 브랜드는 관객을 프랑스 파리의 IRCAM(전자음악 음향 연구소)으로 초대하고, 하우스의 친구이자 음악가인 u.r.trax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현대적인 공간에 울려퍼지는 리드미컬한 음악은 음파를 닮은 독특한 형태나 장식의 컬렉션 피스들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졌고, 실제 CD 플레이어의 기능이 담긴 아이코닉한 스와이프 백이 공개되며 주제에 더욱 힘을 실었다.

VALENTINO × FKA TWIGS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주체로서 몸을 표현하기 위해 아티스트 그룹 FKA 트위그스(FKA Twigs)의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음악과 춤을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신체의 움직임 자체를 창의적 표현의 수단이자 목표로 삼는 그의 전위적인 공연과 피부를 패브릭 삼아 완성한 컬렉션 룩이 어우러진 쇼는 패션쇼라기보다 현대 예술 작품 같았다는 평. 음악과 예술, 패션의 우아한 시너지를 이뤄내는 피춀리의 고유한 감각이 빛을 발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BURBERRY × DEAN BLUNT

지난 시즌, 영국의 유명 전자음악 프로듀서 베리얼(Burial)과 협업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첫 쇼를 기념한 버버리는 이번 시즌에도 아주 특별한 음악을 준비했다. 현대 예술가이자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진 딘 블런트(Dean Blunt)의 사운드트랙이 그것. 딘 블런트는 동시대적 감각을 지닌 뮤지션으로, 지난해 보테가 베네타가 NTS 라디오와 손잡고 론칭한 ‘보테가 라디오(Bottega Radio)’ 프로젝트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미디어 노출을 꺼려온 그이기에 이번 만남은 그의 팬덤과 뮤직 인사이더들을 비롯한 대중에게 음악에 대한 버버리의 애정을 각인하고, 새로운 버버리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