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S 파리, 밀라노, 런던 컬렉션에서 보고 듣고 맛본 사사롭거나 특별했던 순간들.
안녕, 사라 13년간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 전 기간을 합치면 무려 26년간 한 회사에 몸담았던 사라 버튼의 마지막 쇼. 후문을 들어보니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이 모두 오열한 탓에 쇼 시작이 늦어졌다고 한다. 나오미 캠벨이 입은 피날레 룩을 사라 버튼의 ‘라스트 오브 라스트 맥퀸 컬렉션’이라 칭하는 말을 듣고 나 역시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면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던 사라 버튼을 기억하며, 그의 다음 챕터를 나지막이 응원해본다.
비하인드 더 신 에디터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은 평소 동경하던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밖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배우 임지연의 촬영을 진행하던 중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조나단 앤더슨, 쇼를 방문한 지젤과 인사를 나누던 오토링거의 수장 코시마 가디언트와 크리스타 뵈슈, 쇼룸에서 우연히 마주친 케이 니노미야.
역시는 역시 미우미우는 이번 시즌, 아티스트 소피아 알 마리아의 작품으로 베뉴를 장식했다. 현실과 환상의 대립을 묘사한 그의 작품은 폭발적 색채와 초현실적 비주얼로 쇼 시작 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쇼가 시작된 후 에디터의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 등장했으니, 바로 포토그래퍼 겸 모델인 페트라 콜린스와 새로운 ‘미우미우 보이’ 트로이 시반. 언제나 신선한 방식으로(그러나 공격적이지 않게) 자극을 안기는 브랜드답게 ‘미우미우가 미우미우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 컬렉션.
십오야 처음으로 파리에서 맞은 추석. 한가위 보름달은 어느 하늘에서나 휘영청 밝았다.
런웨이 위 결혼식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의 런웨이에는 뎀나에게 매우 특별한 인물들이 모델로 등장했다. 그중 백미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지막을 장식한 뎀나의 남편 BFRND. 남편을 쇼의 피날레 모델로 세우고 웨딩드레스를 입힐 생각을 하다니, 이렇게 로맨틱할 수가! 2000년대 이전의 웨딩드레스 일곱 벌을 해체 후 재조합해 만든 이 드레스는 순백색이지만 묘하게 고스 무드를 뿜어내며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슈퍼베이비 스타일리스트 임루 아샤와 디자이너 다니알 아이투가노프가 야심 차게 출범한 브랜드 조머의 데뷔 쇼장에서 만난 아이들. 위트 넘치는 디자이너 브랜드답게 피날레에 대신 등장한 그들의 페르소나와 엄마를 따라온 늠름한 슈퍼맨 복장의 패션 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