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의 미학 요즘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프라다를 첫손에 꼽아야 하지 않을까. 첫 밀라노 컬렉션 출장길에 나선 신입 에디터의 마음은 프라다 쇼를 직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대전이 발발한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프라다. 그 부조화의 결과물인지 테일러드 재킷과 실크 드레스를 조합하는 등 앞뒤가 현저히 다른 룩의 향연이 이어졌다. 컬렉션 무드에 맞춰 음악 또한 ‘My Funny Valentine’과 ‘Anyone Who Knows What Love Is’를 오가며 입체적인 구성으로 하우스 특유의 독창적인 미감을 완성했다.

최애의 오니츠카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OST인 요아소비(YOASOBI)의 ‘IDOL’에 맞춰 일본 댄스 팀 ‘아방-가르디’가 펼치는 퍼포먼스로 쇼의 시작을 알린 오니츠카타이거. 댄스 팀 전원이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옐로 컬러로 차려입고(특히 멕시코 66 슈즈) 나온 건 오니츠카타이거에 지금의 명성을 안겨준 영화 <킬 빌>을 오마주한 것이라고.

준비하시고, 쏘세요 자리마다 비닐장갑과 쓰레기통을 배치해 관객 참여형 쇼를 유도한 아바바브. 걸어 나오는 모델에게 쓰레기를 던지게 함으로써
거리낌 없이 쉽게 남을 비난하는 온라인 속 헤이터들을 풍자했다. 관중이 던진 쓰레기 더미가 런웨이에 점점 쌓여가고, 축하의 의미로(?) 디자이너가 얼굴에 케이크를 가격당하고 퇴장하는 피날레까지 유쾌하기 그지없던 컬렉션.

스트리트 ‘그랜파’ 포토그래퍼 돌체앤가바나 쇼장 앞에서 마주친 조금 특별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그는 주변의 다른 포토그래퍼들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에서 인상적인 피사체를 기다리며 찰나의 순간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정말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패션의 도시 밀라노는 기념품도 힙하다. 말펜사 국제공항 기념품 숍에서 구입한 화려한 큐빅 장식 ‘MILANO’ 레터링 캡은 이번 출장길에 얻은 가장 마음에 드는 전리품.

세 친구 이번 밀라노 출장에서는 참 많은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 그중 파리에서 온 포토그래퍼 전미연과 런던에서 온 크리에이터 최유진은 마치 서로 원래 아는 사이인 양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에디터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들이 든든한 조력자로, 또 편안한 친구로 곁에 있어준 덕분에 숨 가쁘게 바쁜 출장길에서 꽤(어쩌면 많이)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생명의 불꽃 보테가 베네타는 ‘불타버린 황무지에서 피어난 생명’이라는 주제를 쇼 베뉴에 고스란히 구현했다. 주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탄 자국이 선명한 나무 바닥과 무라노 글라스로 제작한 묘한 형태의 선인장, 그리고 수작업으로 불에 그을린 르 코르뷔지에의 스툴까지 구비했다. 컬렉션은 물론 베뉴까지 한 땀 한 땀 정교히 설계한 마티유 블라지의 장인정신에 또 한번 감탄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