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아이슬란드와 그곳의 ‘물’에서 비롯된 환상적인 주얼리의 세계. 부쉐론의 감각으로 명징하게 탄생한 ‘오어 블루(Or Bleu)’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대하여.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은하수와 오로라, 수천 년 동안 이어지는 화산활동과 빙하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신비의 땅 아이슬란드. 메종 부쉐론은 2024년 새롭게 선보이는 까르뜨 블랑슈(CarteBlanche) 컬렉션의 테마를 아이슬란드, 그리고 그곳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물’에서 포착했다. 지난 6월, 파리 방돔가 26번지에 자리한 메종 부쉐론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Choisne)이 창조한 환상적인 하이 주얼리의 세계, 오어 블루(OrBleu) 컬렉션이 공개됐다. 우아한 블랙 드레스를 입은 클레어 슈완이 애정을 담아 직접 소개한 첫 번째 모델은 바로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 아이슬란드에서 거대한 폭포를 마주한 그는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네크리스를 떠올렸고, 이는 무려 148cm 길이의 웅장한 제품으로 탄생했다. “부쉐론 아틀리에에서 제작한 가장 긴 네크리스예요. 이어링으로도 착용할 수 있죠.” 장엄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화하는 이 작품은 마치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하며,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바다 위,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바그(Vague) 모델을 만날 수 있었다. 브로치와 헤어 주얼리로 연출할 수 있는 이 모델은 1910년 아카이브 제품인 티아라를 재해석했다. 그가 “오직 단 하나의 파도(only one wave)”라고 표현한 이 제품은 20캐럿에 달하는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총 8백51개를 세팅해 격렬하게 반짝이며 부서지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파도의 모습으로 존재했다.
부쉐론은 이번 컬렉션에 전에 본 적 없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했다. “아이슬란드의 물은 잉크처럼 짙은 블랙 컬러를 띠기도 하죠.” 클레어 슈완은 깊고 진한 제트 블랙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 화산암 중 하나인 옵시디언(흑요석)을 주얼리에 도입한 오 당크르(Eaud’Encre) 커프 브레이슬릿과 링, 에큄(E´cume) 링을 선보였다. 이 중 오 당크르 커프 브레이슬릿은 3D 시뮬레이션을 통한 조각 기법으로 거친 물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표현했고, 에큄 링은 복잡한 옵시디언 커팅 기법을 연마해 전에 없는 마스터피스로 완성했다. 남다른 심미안으로 아이슬란드, 그리고 그곳의 물이 품은 다양성을 매혹적으로 포착한 부쉐론. 낯선 땅에서 시작한 이 위대한 주얼러의 행적은 또 하나의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며, 다시금 독창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