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패션계가 지속적으로 허물어온 것들이 있다. 인종의 경계, 성별의 경계, 그리고 계절의 경계다. 사실 계절의 경계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엄격히 지켜지는 양상을 띠었다. 봄·여름에는 가벼운 옷으로, 가을·겨울에는 비교적 두꺼운 옷으로 대표되는 아이템 분류는 시즌 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옷이 필요한 시점임을 암시하며 패션 인사이더의 소비 심리를 은근히 부추기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의 컬렉션을 보면 사진상으로는 더 이상 시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정도로 계절적 한계나 특성을 뛰어넘은 모양새다. 이번 시즌 다시 떠오른 키워드, ‘대즐링(dazzling)’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스팽글, 페이턴트 레더, 금사와 은사, 메탈 등 한때 여름의 전유물로 여기던 모든 소재를 총망라한 이 트렌드는 소재뿐만 아니라 색감, 스타일링, 디테일 어느 면에서 보아도 완벽히 계절 중립적 방향성을 보인다. 벌키한 실루엣과 대조되는 청량한 색감으로 차가운 느낌을 강조한 베트멍과 드리스 반 노튼, 어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시어한 스타킹까지 매치해 따뜻함과는 정반대의 무드를 추구한 발렌시아가와 세실리에 반센 그리고 GCDS, 러플과 프린지처럼 경쾌한 디테일로 무게감을 덜어낸 디올과 질샌더, 루이 비통까지. 하나같이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던 만국 엄마들의 일관된 잔소리를 떠오르게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춥고,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사는 우리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평소라면 런웨이의 스타일링에서 그 해답을 얻겠건만, 새 시즌 대즐링 무드를 앞세운 패션 하우스들은 놀랍게도 겨울철 기온 강하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듯하다. 체온 유지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나 무척이나 귀여운 털 미튼을 선보인 루이 비통을 제외하면 어떤 룩에서도 현실적인 요령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디터의 방식처럼 새 시즌의 메가트렌드이자 영원한 스테디셀러, 테디베어 코트를 더해 ‘개츠비 코어’를 추구해보면 어떨까. 메탈릭한 텍스처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질감, 강렬한 인상과 대조를 이루는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지면 사라지는 계절의 경계라는 패션의 최신 동향(!)도 따르고 지루하지 않은 반전 매력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쿨한 룩이 완성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