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봄, 미우미우 런웨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아이템이 있다. 뉴발란스와 협업해 선보인 미우미우 × 뉴발란스 530 스니커즈가 바로 그 주인공. 뉴발란스의 대표 러닝화인 530은 미우미우를 만나 얇은 밑창과 낮은 발등 등 보다 가볍고 슬림한 실루엣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형태적 변화는 2025 F/W 시즌 럭셔리와 스포츠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었다. 발렌시아가는 푸마와 협업해 새로운 ‘스피드 캣’을, 메종 마르지엘라는 1960년대 육상화를 모티프로 한 ‘스프린터스’를, 푸마는 2000년대의 러닝 스파이크화 ‘하람비’를 재해석한 ‘H-스트리트’를 출시했다.
오늘날 레트로 스니커즈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1970년대에 있다. 이때 탄생한 러닝화 디자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나이키의 ‘코르테즈’, 오니츠카타이거의 ‘코르세어’, 아디다스의 ‘TRX’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브랜드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기능 중심의 스니커즈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하우스들이 다시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순히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능보다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에 더 주목한다. 기술력만으로는 브랜드의 서사를 완성할 수 없고, 예쁘기만 한 외형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결국 그들은 자신만의 미학과 유산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감성을 겸비한 스니커즈를 통해 새롭게 정체성을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그저 옛것을 답습하는 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미학과 시대 감각을 섬세히 접목해 진화시키는 것이 21세기식 레트로 스니커즈의 핵심이다.
최근 공개된 2026 S/S 시즌 프라다, 드리스 반 노튼, 디올 맨, 디스퀘어드2의 남성 컬렉션 역시 납작한 실루엣에 하우스의 DNA를 더한 스니커즈들을 선보이며 이 흐름을 이어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세대를 건너 여전히 사랑받는 스니커즈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다.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진화해온 레트로 스니커즈. 결코 낡지 않는 이 아이템은 과거에서 출발해 지금도 미래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