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105년 아카이브를 집약한 ‘구찌 메모리아’, 구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공간으로 풀어낸 몰입형 전시가 밀라노 산 심플리치아노 수도원에서 펼쳐집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또 다른 축,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 기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등장했죠. 바로 구찌의 105년을 한 공간에 응축한 ‘구찌 메모리아(Gucci Memoria)’입니다. 패션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를 따라 걸어 들어가는 경험으로 설계된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전시 구조
이번 전시는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가 직접 큐레이션을 맡았습니다. 구찌의 시작점인 피렌체에서 출발해 현재에 이르는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것이 핵심인데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객은 ‘브랜드의 역사’를 보는 것을 넘어 ‘시간을 통과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산 심플리치아노 수도원 회랑이라는 장소 역시 인상적이죠. 반복되는 정갈한 양식의 건축물, 그 안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구찌가 쌓아온 유산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회랑을 따라 펼쳐지는 태피스트리 작업은 이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장치이죠. 창립자 구찌오 구찌의 초기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변화를 직조된 이미지로 풀어내며 브랜드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연결합니다.


공간으로 확장된 플로라 모티브
전시장 한가운데 펼쳐진 정원 역시 눈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구찌의 시그니처인 ‘플로라(Flora)’ 패턴을 3차원으로 확장한 결과물입니다. 1966년 처음 탄생한 이 모티브는 꽃과 열매, 곤충이 어우러진 정교한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 패턴이 실제 공간으로 구현되며, 브랜드의 비주얼 언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이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에 머무는 것이 아닌 구찌가 지속적으로 이어온 ‘재해석’이라는 키워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하죠. 과거의 디자인이 현재의 감각으로 어떻게 변주되는지, 그 흐름을 공간 자체로 경험하게 합니다.
뎀나가 그리는 ‘현재의 구찌’
전시에서는 톰 포드, 알레산드로 미켈레 등 이전 디렉터들의 흔적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미학이 충돌하기보다 층층이 쌓이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방식이죠. 이 과정에서 ‘구찌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환기됩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과거 회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죠. 전시는 마지막에 이르러 스튜디오 속 뎀나를 담은 태피스트리 ‘WORK IN PROGRESS’를 통해 현재의 구찌를 나타냈는데요. 과거의 축적 위에서 지금의 구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완성하는 디테일
작은 회랑에 설치된 벤딩 머신에서는 피렌체의 구찌 자르디노와 협업해 제작된 캔 음료를 판매하는데요. 전시를 관람한 이들에게 기념품과 같은 경험을 남깁니다. 이는 전시의 서사를 가볍게 환기시키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 확장을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죠.


지금, 밀라노에서 경험해야 할 이유
구찌의 ‘메모리아’ 전시는 시간과 기억이 디자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는 하나의 설치 작업으로 하우스의 최초의 제품부터 중요한 순간들까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과거의 아카이브가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되는 순간, 패션은 다시 새로운 서사를 갖게 되죠.
2026년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밀라노 산 심플리치아노 수도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데요.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는다면, 이번 구찌의 전시를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