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비어드의 창립자, 베로니카 스완슨 비어드(Veronica Swanson Beard)와 베로니카 미엘 비어드(Veronica Miele Beard). 동서지간인 둘은 매일 입는 옷에 대한 고민 끝에 여성을 위한 유니폼을 만드는 브랜드를 창립했다. ‘오늘날의 여성 유니폼’을 정의하는 두 사람과 나눈 대화.

‘디키 재킷(Dickey Jacket)’은 2010년 브랜드의 출발점이 된 아이템이다. 재킷에 탈착 가능한 레이어로 스타일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베로니카 스완슨 비어드(이하 VSB) 미엘과 나는 늘 패션에 대해 이야기했고, 잘 차려입은 듯하면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 고민은 매일 입는 ‘유니폼’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베로니카 미엘 비어드(이하 VMB) 나와 스완슨처럼 바쁘게 사는 여성들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었다. 출근할 때와 여가 시간 등 여러 순간을 오가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옷에 대한 고민이었다. 디키 재킷은 디키 레이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분위기를 바로 바꿀 수 있고, 테일러드 팬츠부터 캐주얼한 데님 진까지 어떤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유니폼’이란?
VMB 입었을 때 스스로 멋지다고 느끼는 옷. 잘 차려입었다는 확신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최고의 모습을 끌어낸다. 매일 잘 재단된 수트를 입고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브랜드의 철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우리는 디키 재킷을 ‘원더 우먼 케이프’라고 부른다. 용을 무찌르러 나갈 때 입는 갑옷처럼 입는 순간 힘을 불어넣어주니까.
VSB 일상의 영웅들을 위한 옷인 셈이다.
2026 스프링 컬렉션 중 각자 유니폼으로 꼽는 아이템이 있다면?
VSB 클래식에 약간 변주를 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늘 입는 밀러(Miller) 디키 재킷에 이번 시즌에는 스카이블루 핀스트라이프로 변화를 줬다. 그 산뜻한 느낌이 특히 좋다.
VMB 봄은 도파민이 솟는 옷의 계절이다. 우리 고객들은 과감한 컬러와 프린트, 디테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 역시 이런 에너지를 컬렉션에 녹여내려 한다. 노벨(Novelle) 카디건의 스카프 프린트가 특히 마음에 들고, 비즈 플로럴 장식을 더한 새로운 버전의 케이시(Kasey) 진도 눈여겨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베로니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비어드 형제와 결혼해 같은 성을 쓰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002년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이후 브랜드를 함께 시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VMB 친구의 결혼식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이미 남편 앤슨 비어드와 결혼한 상태였고, 스완슨은 남편의 형제 제이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금세 알게 됐다.
VSB 그 자리에서 미래의 남편뿐 아니라 미래의 ‘워크 와이프’도 만난 셈이다.(웃음) 이후 자주 만나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함께 쇼핑을 하고, 옷장을 들여다보며 무엇이 부족한지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쌓였다. 그렇게 대화로 시작된 고민이 결국 우리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뉴욕에서 탄생한 베로니카 비어드(Veronica Beard)라는 브랜드에는 도시 특유의 에너지가 녹아 있다. 영감을 주는 특정 스팟이 있다면?
VMB 패션을 관찰하기에는 뉴욕 다운타운의 이스트 빌리지와 웨스트 빌리지만 한 곳이 없다. 매우 아방가르드하고, 어떤 스타일이든 자유롭게 허용되는 분위기다.
VSB 커피를 손에 들고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 걸으며 센트럴파크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 주변에는 영감을 주는 요소가 많다. 버그도프 굿맨의 윈도 디스플레이, 인테리어 디자인 중심지인 D&D 빌딩, 칼라일 호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까지 모두가 영감의 원천이다.
공동 창립자로서 각자의 역할과 관점은 어떻게 다른가?
VSB 대부분 함께 논의해 결정하고 진행한다. 컬렉션 디자인이나 인터뷰, 공식 일정도 가능한 한 같이 소화한다. 그중 나는 매장 컨셉트와 비주얼을 포함한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다. 예술과 인테리어, 빈티지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하나로 큐레이션하는 과정 역시 내가 맡은 영역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두 시선의 결합이 브랜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VMB 나는 실제로 베로니카 비어드의 옷을 입는 여성의 관점에서 그가 어디에 가고 무엇을 입는지 생각하며 옷장을 구성한다. 잘 재단된 테일러링이나 남성복에서 가져온 구조를 바탕으로, 부드러운 실루엣이나 장식적 디테일을 더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코르셋 형태를 차용한 유틸리티 재킷, 탈착 가능한 라인스톤 칼라의 트렌치코트, 힐이 높은 니하이 레인 부츠 같은 아이템이 그런 예다.
함께 일하며 서로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받았나?
VSB 우리 둘의 스타일은 꽤 다르다. 이스트 코스트와 웨스트 코스트가 만난 듯 말이다. 하지만 그 차이 덕분에 서로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다.
VMB 우리는 스스로 ‘여성을 위해 옷을 만드는 여성들’이라 정의한다.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할 때도 둘의 개성을 모두 담으려 한다. 쿨하면서도 클래식하고, 로큰롤 무드를 살짝 더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마리끌레르 코리아와 아나운서 강지영, 모델 이현이, 변호사 이제연 이 3명의 워킹 우먼이 함께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VSB 디키 재킷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드라마틱한 러플 스커트 위에 입거나, 데님 진과 매치하는 등 서로 다른 스타일링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다른 여성들이 우리의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는지 보는 건 늘 새로운 영감을 준다. VMB 좋은 재킷이 지닌 힘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 변호사든 모델이든, 출근길이든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든 디키 재킷 하나만으로 차려입은 인상을 준다.
한국을 보며 느끼는 고유한 특징이 있나?
VSB 한국 고객은 확실히 현대적이다. 특히 팬츠는 여유 있는 실루엣을 선호하고, 과장된 형태에도 거리낌없는 편이다.
VMB 과장된 실루엣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크롭트 재킷과 베스트는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래픽 프린트 같은 디테일도 반응이 좋아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더 확대할 계획이다.
베로니카 비어드의 뮤즈는 어떤 모습인가?
VMB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성이다.
VSB 브랜드를 대표하는 여성상을 하나로 정해두지는 않는다. 다양한 삶의 방식과 역할을 오가는 여성들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다.
여성 커뮤니티 지원과 지속 가능성 역시 브랜드의 중요한 축이다. ‘VB 기브 백(VB Gives Back)’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VSB 베로니카 비어드는 여성이 이끄는 브랜드고, 팀 역시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왔다. 이번 분기에는 위민스 어스 얼라이언스(Women’s Earth Alliance)와 파트너십을 맺고 여성 리더십과 환경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의 성장이 곧 지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VMB 여성에 대한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리더들의 활동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멋지게 차려입고, 기분 좋게, 좋은 일을 하자.(Look good, feel good, do good.)” 이것이 우리의 모토다. 2030년까지 모든 제품에 지속 가능한 우선 소재(Preferred Materials)를 100% 적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베로니카 비어드가 그리는 다음 챕터는 무엇인가?
VMB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며 전 세계 여성들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핵심으로 자리 잡은 액세서리 카테고리도 점차 키울 계획이다. VSB 제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베로니카 비어드 세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완성도, 지속 가능한 가치까지 담아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