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프릭 컬렉션에서 공개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크루즈 2027 쇼. 키스 해링의 그래피티가 새겨진 빈티지 트렁크부터 현장을 빛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와 정호연까지, 뉴욕의 예술적 에너지를 담아낸 밤이 펼쳐졌습니다.

© Louis Vuitton

뉴욕은 늘 대비되는 감각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클래식한 건축과 거리의 그래피티, 오래된 예술과 지금 막 탄생한 문화가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하죠. 루이 비통의 크루즈 2027 쇼 역시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시즌 무대로 뉴욕의 프릭 컬렉션을 선택했는데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르네상스부터 19세기 유럽 미술 걸작을 품고 있는 이 공간은 하루 동안 런웨이와 살롱, 그리고 문화적 대화의 장으로 변신했습니다.

프릭 컬렉션에서 열린 가장 뉴욕다운 쇼

쇼가 열린 프릭 컬렉션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길디드 에이지 시대(미국의 경제적 부흥기였던 19세기 후반의 도금 시대)를 대표하는 맨션 중 하나인 이 공간은 뉴욕 상류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인데요. 루이 비통은 이번 쇼를 시작으로 프릭 컬렉션과 3년간의 파트너십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는 ‘Louis Vuitton Curatorial Research Associate’라는 새로운 연구 직책을 후원하며, 유럽과 중국 사이의 문화 교류를 연구하는 이푸 리우(Yifu Liu)가 해당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또한 향후 3년간 주요 특별 전시를 후원하고,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저녁 무료 개방 프로그램 역시 지원할 예정이죠. 이번 쇼 공간 연출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앙 분수를 둘러싼 야자수와 화이트 플라워 장식, 클래식한 우드 패널링, 그리고 살롱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런웨이는 마치 오래된 뉴욕 저택 안에서 비밀 파티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죠. 모델들은 회화 작품들 사이를 지나며 워킹했고, 클래식한 공간 안에서는 프릴과 그래픽, 레더와 구조적인 실루엣이 충돌했습니다.

키스 해링이 남긴 흔적

이번 쇼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키스 해링이었습니다. 쇼 공개 전부터 루이 비통은 낡은 레더 수트케이스 하나를 티저 이미지로 공개했죠. 손때가 묻은 브라운 컬러의 트렁크 위에는 블랙 마커로 그린 키스 해링 특유의 그래픽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었는데요. 이 오브제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었습니다. 루이 비통이 실제 경매를 통해 확보한 1930년대 빈티지 수트케이스이자 1980년대 키스 해링이 직접 드로잉을 남긴 특별한 피스였죠.

제스키에르는 키스 해링을 이번 컬렉션의 “아바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에서 파인 아티스트로 확장해 나간 키스 해링의 행보가 뉴욕의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도시의 에너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그는 “탁월한 것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 to the exquisite)”이라는 키스 해링의 메시지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쇼 곳곳에서는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픽 티셔츠와 레더 재킷, 빈티지 러기지, 그리고 예술 작품처럼 등장한 액세서리까지. 단순히 아카이브를 오마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층위를 옷 위에 겹쳐 놓은 듯한 인상이었죠.

필릭스와 정호연이 빛낸 뉴욕의 밤

이번 쇼에는 글로벌 셀럽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필릭스였죠. 루이 비통 하우스 앰배서더인 그는 뉴욕 현지에서 크루즈 쇼 현장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올 블랙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를 입고 등장했는데요. 실크 라펠이 더해진 구조적인 재킷과 블랙 셔츠, 타이를 톤온톤으로 정리하며 한층 날카롭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드러냈죠. 길게 내려온 플래티넘 블론드 헤어는 얼굴선을 더욱 강조했고, 실버 링과 루이 비통 로고 네크리스가 룩에 은은한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또한, 배우 정호연 역시 루이 비통 쇼에 참석해 시선을 모았죠. 글로벌 패션 신(Scene)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온 그는 루이 비통과 오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특유의 시크한 애티튜드와 모델다운 카리스마로 프론트 로우를 빛냈습니다. 특히 뉴욕이라는 도시 특유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호연의 독보적인 무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죠.

© Louis Vuitton

과거와 현재가 만난 크루즈 컬렉션

이번 크루즈 2027 컬렉션은 특정 시대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뉴욕이라는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감각들을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해냈습니다. 키스 해링의 그래피티, 프릭 컬렉션의 클래식한 공간, 그리고 스트리트 무드의 데님과 레더까지. 서로 다른 코드가 충돌하며 만들어낸 긴장감이 이번 시즌의 핵심이었습니다. 제스키에르는 뉴욕을 “끝없이 변화하는 도시”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그 변화 속에서 패션 역시 하나의 문화적 언어처럼 기능하고 있었죠. 오래된 맨션 안을 가로지르는 모델들의 워킹, 빈티지 수트케이스에 새겨진 키스 해링의 드로잉,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셀럽과 관객들까지. 이번 루이 비통 크루즈 2027 쇼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런웨이 위에 겹쳐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