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이 파리 도심 속 거대한 파도와 모래를 배경으로 서프, 스케이트, 테일러링이 한데 어울어진 컬렉션을 펼쳐냈습니다.

© Louis Vuitton

파리 한복판에 밀려온 파도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을 파리에서 공개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6월 24일 베일을 벗은 이번 쇼는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해변을 펼쳐놓은 듯한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무대는 파리 시테 유니베르시테(Cité Universitaire) 인근 야외 공간에 마련됐습니다. 모래가 깔린 런웨이 뒤로는 거대한 인공 파도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솟아 있었고, 한쪽에는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캠퍼가 자리했죠. 루이 비통이 오랫동안 이야기해 온 ‘여행’의 감각을 해변의 휴식과 서프 컬처, 이동식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로 확장한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서퍼가 된 루이 비통 맨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은 서핑과 스케이트 문화입니다. 런웨이에는 데님, 후디, 바람에 바랜 듯한 아우터, 로브처럼 느슨하게 흐르는 코트, 웻수트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는 테크니컬 피스들이 등장했는데요. 바다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자유로움에 루이 비통식 테일러링이 더해지며, 도시와 해변 사이를 오가는 새로운 남성상이 만들어졌죠. 특히 눈에 띈 건 ‘힘을 뺀 럭셔리’였습니다. 재킷은 딱딱하게 각을 세우기보다 몸 위에 자연스럽게 얹혔고, 셔츠와 타이, 블레이저는 데님 쇼츠나 스케이트 슈즈와 함께 매치됐죠. 슈트 팬츠 대신 반바지를 더하거나, 클래식한 셔츠 위에 스팽글 니트 베스트를 입히는 식의 조합도 럭셔리에 스트리트 문화를 더한 퍼렐만의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스케이트 슈즈, 데님, 그리고 모노그램 백

퍼렐의 감각은 액세서리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죠. 모델들의 손에는 서프보드혹은 작은 모노그램 백과 컬러풀한 더플백이 들려있었는데요. 클래식한 모노그램은 브라운 캔버스에 머물지 않고, 물감처럼 번진 컬러와 그래픽적인 패턴으로 변주됐습니다. 체크, 플라워, 비즈 장식이 더해진 백들은 해변의 무드와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동시에 보여줬죠. 신발 역시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장면입니다. 낮은 실루엣과 흰 러버 솔이 돋보이는 플랫한 스케이트 슈즈는 퍼렐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슈즈는 퍼렐이 오래전부터 이어온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스트리트 감각을 다시 런웨이 위로 불러온 아이템처럼 보이죠. 스케이트 슈즈가 럭셔리 하우스의 런웨이에서 이토록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낸 장면은 지금 남성복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바다의 색으로 물든 테일러링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는 파도와 모래, 햇빛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샌드 베이지, 워시드 블루, 네이비, 라이트 그레이, 버건디, 페일 핑크가 차례로 등장했고, 중간중간 옐로 트렌치코트와 프린트 팬츠가 화면의 온도를 높였죠. 특히 바랜 인디고 데님과 물결처럼 번진 패턴은 바닷물에 젖었다 마른 옷의 감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테일러링 역시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축을 이뤘는데요. 더블 브레스트 슈트와 날렵한 블레이저, 셔츠와 타이의 조합은 루이 비통 맨의 클래식한 태도를 이어갔죠. 여기에 모델들은 서프보드나 부드러운 실루엣의 여행 가방을 손에 들고 등장하며 긴장감을 살짝 비틀었습니다. 정제된 테일러링과 해변의 자유로운 무드가 만나는 그 간극이 이번 컬렉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 Louis Vuitton

퍼렐식 여행은 계속된다

퍼렐이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에서 꾸준히 다뤄온 키워드는 이동, 음악, 문화, 그리고 커뮤니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그 좌표가 해변으로 옮겨졌습니다. 거대한 파도는 쇼의 장식이면서 동시에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밀어 올리는 장치였죠. 쇼에는 서퍼 마이키 페브러리와 줄리언 윌슨이 등장하는 시네마틱 프렐류드, 퀘이보와 퍼렐, 앙젤리크 키드조가 참여한 사운드트랙,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라이브 퍼포먼스도 함께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쇼의 메시지인데요. 루이 비통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산호초 복원을 위해 코랄 가드너스(Coral Gardeners)를 지원하고, 2026년 1,000개의 산호 이식과 250㎡ 규모의 산호초 서식지 복원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다를 무대 장치로만 소비하지 않고, 실제 바다를 향한 움직임으로 연결한 점은 이번 쇼가 남긴 또 다른 여운이죠.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파리의 밤, 모래 위를 걷는 모델들, 뒤편에서 계속 부서지던 푸른 파도. 루이 비통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은 퍼렐이 그리는 럭셔리가 얼마나 자유롭고 유연한지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슈트와 캐주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모노그램은 한층 더 자유로워졌으며 여행은 다시 새로운 방향을 얻었습니다. 다음 시즌 남성복의 파도는 여기 루이 비통에서 시작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