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전시 센터의 웅장한 아치 아래 펼쳐진 <테일스 앤 텔러스>.
미우미우가 ‘수호자’라 부르는 퍼포머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패션계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이토록 꾸준히 기록해온 브랜드가 또 있을까. 2011년에 시작한 ‘우먼스 테일(Women’s Tales)’을 통해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꾸준히 선보여온 미우미우는 최근 여성 현대미술가들과 협업하며 그 무대를 런웨이로까지 넓혀왔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폴란드 아티스트 고쉬카 마추가(Goshka Macuga)가 연출한 <테일스 앤 텔러스>는 지난 15년간 축적한 우먼스 테일 31편과 2022S/S 시즌부터 2025S/S 시즌까지 런웨이에서 선보인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을 하나의 공간 안에 연결한다. 2024년 아트 바젤 파리를 시작으로 지난해 뉴욕을 거친 이 프로젝트는 도시마다 새로운 맥락에 맞춰 변주해왔다. 그리고 이번 무대가 된 상하이 전시 센터는 그 자체가 훌륭한 미장센으로 작용했다. 신중국 수립 이후 중국과 소련의 우호를 기념하기 위해 1955년에 세워진 상하이 전시 센터는 소비에트 신고전주의 양식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물이다. 붉은색과 금색 장식, 거대한 계단과 높은 천장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퍼포머, 즉 그들이 ‘수호자(Custodians)’라 부르는 이들은 각기 다른 미우미우의 이야기 속 인물을 표현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관객들 역시 작품의 일부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장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2023 F/W 시즌 한국 작가 정금형이 자신의 분신 같은 캐릭터를 통해 예술가의 노동을 다룬 <아티스트(TheArtist)>, 2024 S/S 시즌 소피아 알마리아의 영상 작업 <그레이스(Grace)>, 그리고 2025 S/S 컬렉션에서 고쉬카 마추가가 선보인 가상의 신문 <트루스리스 타임스(The Truthless Times)>까지. 실제 런웨이에서 본 풍경들이 상하이에서 펼쳐진 것이다. 전시 센터를 나서며 <테일스 앤 텔러스>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이야기(tales)’와 그것을 전하는 ‘사람들(tellers)’. 그 공간 안에서는 퍼포머도, 관객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모두가 미우미우 세계의 일부였다.

소비에트 신고전주의 양식의 상하이 전시 센터와 현대적인 설치가 독특한 풍경을 완성했다.
2011년부터 이어온 우먼스 테일 31편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상영 공간.
행사에 참석한 앰배서더 아이들 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