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클라이마쿨 레이스드부터 나이키 에어맥스 1000.2, 푸마 모스트로 3.D 뮬까지. 스포츠 브랜드가 3D 프린팅으로 신발의 구조와 착화감을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스니커즈가 점점 더 낯선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갑피와 밑창을 따로 만들고, 접착하고, 봉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새로움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죠. 최근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3D 프린팅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실 속 프로토타입처럼 느껴졌던 이 기술은 이제 실제로 신고 걷는 제품이 됐죠. 3D 프린팅 슈즈의 핵심은 겉모습의 미래적인 질감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구조인데요. 어느 부분은 더 촘촘하게 그리고 더 유연하게, 어느 구간은 공기가 지나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3D 프린팅 기술은 신발을 ‘만드는’ 단계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신발을 ‘설계하는’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아디다스, 격자 구조의 클라이마쿨 레이스드

© ADIDAS
© ADIDAS

아디다스가 선보인 3D 프린팅 스포츠웨어 슈즈 ‘클라이마쿨 레이스드(CLIMACOOL LACED)’는 이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FW26 시즌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7월 2일부터 아디다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주요 매장에서 만날 수 있죠.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360° 통기성입니다. 첨단 3D 적층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돼 끊김 없는 촘촘한 격자 구조가 발 전체를 감싸며, 심리스 디자인을 통해 보다 부드럽고 쾌적한 착화감을 구현했죠. 흥미로운 점은 이 신발이 ‘쿨링’을 꽤 물리적인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메시 소재를 덧대는 대신, 구조 자체가 공기의 길을 만듭니다. 건축적인 격자에서 영감받은 실루엣, 고스트 스트라이프처럼 절제된 디테일, 발에 밀착되는 유연한 소재감까지. 신발이 한 켤레의 스포츠웨어를 넘어 작은 구조물이 된 듯한 인상이죠.

나이키와 젤러펠트, 에어맥스의 업데이트

© NIKE
© NIKE

나이키는 젤러펠트(Zellerfeld)와 함께 에어맥스를 3D 프린팅의 언어로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에어맥스 1000.2(AIRMAX 1000.2)’는 1987년 출시된 에어맥스 1의 디자인 코드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3D 프린팅 스니커즈입니다. 직전 모델인 에어맥스 1000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웃솔 형태와 러그 디자인을 조정해 생산 효율과 착용성을 개선한 점이 특징인데요. 젤러펠트는 이 모델을 설명하며 소프트웨어처럼 반복적으로 구조와 성능, 프린트 효율을 개선하는 방식을 강조합니다. 즉 한 번 완성된 디자인을 그대로 고정하는 대신, 출력 방식과 착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루엣을 계속 다듬어가는 접근이죠. 디자인도 꽤 영리합니다. 끈이 없는 슬립온 형태로 신고 벗기 쉽게 만들었고, 갑피 전체에는 에어맥스 1의 머드가드를 떠올리게 하는 물결무늬 텍스처를 입혔죠. 블랙 컬러의 조형적인 표면 위로 힐의 비저블 에어 유닛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은 익숙한 나이키의 유산과 낯선 제작 기술을 한 화면에 놓습니다.

푸마와 에이셉 라키, 모스트로 3.D 뮬

© PUMA
© PUMA

푸마의 접근은 조금 더 과감합니다.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함께한 ‘모스트로 3.D 뮬(Mostro 3.D Mule)’은 3D 프린팅 슈즈가 얼마나 실험적이고 패션적인 오브제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모스트로’는 이탈리아어로 ‘괴물’을 뜻하는 이름인데요. 1999년 처음 등장한 푸마 모스트로의 날카로운 스파이크 디테일과 낯선 실루엣은 이번 협업을 통해 3D 프린팅 뮬 형태로 한층 더 과감하게 재해석됐습니다. 모스트로 3.D 뮬은 슬립온 구조에 조형적인 스파이크, 블랙과 블루 계열의 강렬한 컬러 조합을 더했죠. 바지 밑단 사이로 파란 스파이크가 불쑥 등장하는 순간, 룩 전체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푸마의 접근은 3D 프린팅을 기능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습니다. 기술이 캐릭터가 되고, 소재가 태도가 되죠. 에이셉 라키의 모터스포츠와 스트리트웨어 감각, 푸마 모스트로의 레트로 호러 무드, 3D 프린팅의 조형성이 한데 맞물리며 꽤 도발적인 결과물이 완성됐습니다.

3D 프린팅 슈즈가 바꾸는 것

© PUMA

3D 프린팅 슈즈의 진짜 변화는 신발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시작됩니다. 기존 스니커즈는 갑피, 미드솔, 아웃솔, 라이닝, 접착 부자재가 각각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면 3D 프린팅은 한 소재 안에서 밀도와 두께, 통기 구조, 쿠셔닝 영역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죠. 이 덕분에 브랜드는 공기 흐름이 필요한 부분, 발을 지지해야 하는 부분,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부분을 훨씬 세밀하게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아직 제작 시간, 생산 단가, 착용감의 호불호, 소재 내구성, 사이즈 선택의 폭, 대량 생산에서의 효율성 등 풀어야 할 질문도 남아 있습니다. 아디다스 클라이마쿨 레이스드처럼 통기성과 일상성을 앞세운 모델, 나이키 에어맥스 1000.2처럼 아이코닉한 아카이브를 기술적으로 갱신하는 모델, 푸마 모스트로 3.D 뮬처럼 스타일 실험에 가까운 모델이 동시에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3D 프린팅 슈즈는 스니커즈의 미래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어떤 브랜드에게는 더 시원한 신발을 만드는 기술이고, 어떤 브랜드에게는 생산 효율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며, 또 어떤 브랜드에게는 괴상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제 스니커즈의 새로움은 디자인과 컬러웨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함께 구조, 공정, 소재, 그리고 발이 느끼는 감각까지 함께 설계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