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치는 85년간 이어온 가죽 공예 철학을 장학 프로그램과 다가오는 2027 봄 컬렉션 쇼를 통해 다음 세대로 연결합니다.
- 아크네 스튜디오와 로에베는 각각 첫 데님과 시그니처 백을 다시 바라보며 30년, 180년의 역사를 현재의 디자인으로 재해석했습니다.
- 마이클 코어스는 자신과 함께 성장한 뉴욕과 공연 예술계의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의 45주년을 기념합니다.
30살이 된 아크네 스튜디오부터 180살 생일을 맞이한 로에베까지! 올해 나란히 의미 있는 생일을 맞은 네 브랜드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방법.


85살이 된 코치의 가죽 헤리티지
태비(Tabby), 브루클린(Brooklyn) 백으로 Z세대와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는 코치(Coach). 그 시작은 단 여섯 명의 가죽 장인이 함께한 작은 공방이었습니다. 1941년 뉴욕에서 출발해 릴리언 칸(Lillian Cahn), 마일스 칸(Miles Cahn) 부부가 사업을 확장하며 오늘날 코치의 기반을 만들었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흔적이 더해지는 ‘글러브탠드 레더(Glovetanned Leather)’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고, 첫 리드 디자이너 보니 캐신(Bonnie Cashin)의 실용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을 거치며 가죽 헤리티지 위에 코치만의 색을 입혔습니다.
올해로 85주년을 맞은 코치는 오랜 기술을 과거에만 묶어두지 않았는데요. 패션 장학 기금(Fashion Scholarship Fund, FSF)과 손잡고 가죽 공예 장학 프로그램 ‘Dream It Real x FSF Leathercraft Scholarship’을 시작한 것. 참가 학생들은 코치의 리페어, 업사이클링을 담당하는 ‘(Re)Loved’ 워크숍에서 가죽 공예의 기초 기술을 익히고 가방을 수선해 보는 시간을 가졌죠. 오래된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도 직접 경험했고요. 여기에 뉴욕 패션위크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9월 9일(현지 시간)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가 이끄는 2027 봄 컬렉션 쇼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코치가 쌓아온 85년의 이야기를 이번 컬렉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낼지 기대가 모입니다.


100벌의 데님에서 출발한 아크네 스튜디오의 30년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발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지금의 브랜드를 만든 첫 장면은 뜻밖에도 100벌의 청바지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Jonny Johansson)이 붉은 스티치의 생지 데님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준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패션 브랜드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서른 돌을 맞이한 올해, 브랜드는 바로 이 데님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오리지널 진을 떠올리게 하는 레드 스티치와 플레임 패치를 더한 리에디션 컬렉션을 선보인 것인데요. 워싱을 거치지 않은 생지 버전부터 오래 입은 듯 해진 데님까지 다양하게 풀어냈죠. 사진가 낸 골딘(Nan Goldin)이 촬영한 기념 캠페인에는 줄리엣 루이스(Juliette Lewis), 후쿠시마 릴라(Rila Fukushima) 등 오랜 시간 브랜드와 인연을 이어온 반가운 얼굴들도 함께했습니다.
브랜드의 시작이 된 데님을 다시 꺼내든 것처럼 올해 아크네 스튜디오는 지난 30년의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콜레주 데 베르나르댕(Collège des Bernardins)을 무대로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며 2010년 런던 켄싱턴 궁에서 열었던 쇼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왔는데요. 여기에 브랜드 매거진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역시 30주년 특별호 ‘Autoportrait’를 발행했고, 이를 기념하는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도쿄, 파리,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어갔습니다. 디자인, 사진, 건축 등 여러 창작 영역과 호흡해 온 브랜드답게 3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 역시 한 가지에 머무르지 않았죠.


180년의 공예 역사를 다시 꺼낸 로에베
로에베(LOEWE)의 역사는 1846년 마드리드의 작은 가죽 공방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스페인 장인들이 가죽 소품을 만들던 이곳에 독일의 가죽 장인 엔리케 로에베 로스버그(Enrique Loewe Roessberg)가 합류하며 지금의 ‘로에베’라는 이름이 탄생했죠. 이후 브랜드는 스페인 왕실의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가죽 기술과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1950년대에는 마드리드에 가죽 공예 학교를 세우며 숙련된 기술력을 다음 세대로도 이어 갔습니다. 로에베의 180년을 지탱한 힘은 결국 오랜 시간 가죽을 다뤄 온 손의 감각이었던 셈입니다.
180주년을 맞은 로에베는 이 오랜 공예의 시간을 어떻게 보여 주었을까요? 그 답은 브랜드의 상징적인 가방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1975년 처음 출시된 아마조나(Amazona) 백을 ‘아마조나 180(Amazona 180)’으로 새롭게 풀어냈거든요. 이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유서 깊은 가방이자 당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상징하기도 했는데요. 클래식한 사각형 쉐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한층 부드럽고 유연한 실루엣으로 바꾸었습니다. 퍼즐(Puzzle), 플라멩코(Flamenco), 해먹(Hammock) 등의 아이코닉 백에는 브랜드 이름의 어원과 맞닿은 사자 모티브를 더했고요. 사진가 탈리아 체트릿(Talia Chetrit)이 촬영한 180주년 캠페인에는 에스파 지젤과 줄리아 가너(Julia Garner), 시시 스페이섹(Sissy Spacek) 등이 등장했는데요. 오래된 공예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실루엣으로 변주하며 지난 180년의 시간을 오늘날과 자연스럽게 연결했죠.


뉴욕과 함께한 마이클 코어스의 45주년
1981년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작한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그가 주목한 것은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도 충분히 세련된 아메리칸 스포츠웨어였습니다. 재킷, 팬츠, 니트처럼 활용도 높은 옷에 럭셔리한 소재와 글래머러스한 감각을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죠. 그는 여성들의 실제 삶과 그들이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감정까지 세심하게 바라보며 옷을 입는 순간 편안함과 자신감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45주년을 맞은 올해,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선보인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의 테마는 ‘뉴욕 시크(New York Chic)’! 블랙 터틀넥과 카멜 코트, 화이트 셔츠 같은 클래식한 아이템을 다시 꺼내면서도 재킷과 팬츠의 선을 한층 유연하게 풀고, 깃털과 스팽글 같은 장식을 더해 위트 있는 변주를 주었습니다. 창립 45주년 기념 캠페인에는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 서튼 포스터(Sutton Foster), 오드라 맥도널드(Audra McDonald) 등 뉴욕 공연 예술계를 대표하는 여성들이 함께했는데요. 오랜 시간 영감을 준 도시와 그곳의 여성들에게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마이클 코어스와 뉴욕이 함께 걸어온 지난 시간을 다시 펼쳐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