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진
<#살아있다> 프로듀서

영화 <#살아있다>의 프로듀서 시나리오, 캐스팅, 스태핑(스태프를 꾸리는 일), 예산 운용, 촬영 준비, 촬영 현장 진행, 그리고 편집·CG·음악·믹싱 등의 후반 작업을 거쳐 영화가 개봉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다>의 제작 과정을 아우르고 책임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프로듀서란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사람이자 감독, 작가, 배우를 비롯해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그 기간 동안 작품의 출발점인 기획 의도를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시대에 뒤처지는 작품이 되지 않기 위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살아있다>의 경우 장르적으로 재난물, 좀비물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더불어 여러 면에서 반드시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그 중요한 개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 영화가 되게끔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을 거듭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결국은 공동의 창작 과정이란 점에서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악기가 모여서 화음을 맞춰가고 비로소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듯,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니까.

희비의 순간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수많은 변수와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다. 캐스팅 단계에서도, 촬영 현장에서도, CG 작업 중에도, 홍보 단계까지도.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도사리고 있고, 예외 없이 발생한다. 그 변수에 잘 대처할 땐 기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는 힘이 든다. 그래서 위기 대처 능력은 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성장담, 성장 영화? 영화 한 편을 프로듀싱 할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진다. 돌이켜보면 그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매번 성장하는 것 같다.

영화가 가지는 힘 꿈꾸게 하는 힘, 그리고 소통하게 하는 힘. 영화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때론 화나게 부추긴다. 각자가 느끼는 그 감정을 다시 누군가와 공유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하고 궁극적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고전영화가 여전히 관객에게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거다. 그것이 영화라는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나의 극장 메가박스 코엑스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받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극장이다. 특히 스크린, 사운드 등 관람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일수록, 관객이 가져갈 수 있는 영화적 재미의 차이는 생각보다 무척 크다.

꿈의 영화 <#살아있다>를 비롯해 <국가부도의 날>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어떤 작품을 시작할 때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꿈꾸는 영화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그저 내가 프로듀싱 하고 참여하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