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풀, 싱싱한 흙, 흩날리는 꽃잎까지 봄을 만끽할 수 있는 향수들을 소개합니다. 지나가기만 해도 봄이 느껴질 나만의 시그니처 향수를 찾아볼까요?

– 르 라보, 라방드 31 리퀴드 밤

©LE LABO

봄볕에 바짝 말려 바삭한 티셔츠를 걷어 입는 아침. 머리를 밀어넣는 순간 코끝에 스치는 보라색 라벤더 비누향이라면, 이 향기를 표현하기에 충분할까요? 라방드(Lavande)라는 이름에서 감이 오셨겠지만, 역시 ‘라벤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향수입니다. 짙은 오크향이 섞인 바버샵에서 맡을 수 있을 법한 라벤더 향이 아니에요. 오히려 ‘라벤더’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없애는 상쾌하고 순수한 향이랍니다. 베르가못과 네롤리 에센셜 오일에 라벤더의 꽃봉오리만 증류하고, 엠버, 더트, 머스크 노트 베이스에 티크나무 씨앗인 통카빈 노트를 블렌딩한 레트로 클래식 스타일의 존재감 있는 향이 탄생했죠.

르 라보의 라방드 31을 글자가 닳을 정도로 백에 넣어 가지고 다녔던 분이라면 정말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드디어 롤-온 타입의 리퀴드 밤이 나왔어요. 어디에나 가져다니는 건 물론, 선물하기에도 좋죠. 손목과 귀 뒤에 살짝 문질러주면 오 드 퍼퓸과는 달리 은은하고 오묘하게 퍼지는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르 라보 라방드31 리퀴드 밤, 9ml/13만 9천원

-조 말론 런던, 머스크 메멘토 코롱

©JO MALONE LONDON

핸드 솝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 쓴 편집솝에서 찾은 나만의 향기를 만난 느낌이 드는 조 말론 런던의 ‘머스크 메멘토 코롱’. 부드러운 머스크와 깨끗한 알데하이드, 잉글리시 라벤더와 우아한 시더우드가 더해져 깔끔함에 풍부함까지 전해지죠. 편안하고 행복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으로 ‘센티드 메멘토’라는 컬렉션 이름에 알맞은 제품입니다. 조 말론 런던은 매년 브리티쉬 헤리티지를 표방하는 브릿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브릿 컬렉션은 영국의 앤티크 마켓에서 발견한 유니크한 소품들에서 영감을 파악 컬렉션을 구성했다고 하네요. 특히 머스크 메멘토 코롱은 앤티크 마켓에서 발견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세라믹 솝 디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 말론 런던의 글로벌 프레그런스 디렉터인 셀린 루는 평소에도 비누를 좋아하는 터라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솝 디쉬가 더욱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말론 런던 머스크 메멘토 코롱, 30ml / 11만 4천원

– 조 말론 런던, 에메랄드 타임 코롱

©JO MALONE LONDON

조 말론 런던 센티드 메멘토 컬렉션의 또 한 가지 아이템, 에멜랄드 타임 코롱도 봄에 뿌리기 좋은 아이템이죠.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우드 사이드 보드 위에 딱 하나 놓여있어도 존재감을 드러낼 것 같은 매력적인 녹색 보틀이 먼저 눈에 띕니다. 역시나 앤티크 숍에서 색과 크기가 다른 수많은 유리 제품들 사이에서 찾아낸 짙은 녹색병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라고 하네요.

어떤 액체가 담겨있었을까 상상해 보다가, 반짝이는 레몬과 타임, 로즈마리의 완벽한 균형을 만들며 짙은 안개가 낀 숲이 연상되는 모스향을 더해 만들어봤다고 합니다. 보태니컬 무드의 아로마틱한 시트러스 향이 봄을 맞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줄 것 같습니다. 조 말론 런던 에메랄드 타임 코롱, 30ml / 11만 4천원

– 르 라보, 로즈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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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원료로 이토록 중성적인 뉘앙스의 향수는 처음 접해볼 겁니다. 르 라보의 로즈31은 단연코 가장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향수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막 깎아낸 연필같은 향이라고도 말하고, 또 누군가는 동물적이고 관능적인 향이라고도 말합니다. 센티폴리아 로즈를 아주 옅게 숨겨두고 그 위로 커민, 유향, 시더우드와 엠버를 얇게 혹은 두껍게도 깔아 두었습니다.

베이스 노트인 부드러운 나무의 속살을 연상케하는 가이악 우드, 우아하고 강력한 시스투스는 센슈얼한 느낌을 주기도 하죠. 독특하고 비범한 이 향기에 빠져버린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요. 매력이 넘치는 향수이다보니 올봄 어떤 향수를 써볼까 고민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시향해보길 추천합니다. 르 라보 로즈31, 50ml / 31만원

– 에스티로더, 드림 더스크

©ESTEE LAUDER

‘향기는 감각에만 존재하지 않고, 마음에도 존재한다’는 에스티 로더의 말처럼 향기만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온 꽃향기와 봄날의 해질녘 서늘한 기운, 흩날리는 꽃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이윽고 지는 해, 봄날의 어느 하루 같은 추억을 상기시키는 꼭 그런 향입니다.

드림 더스크는 이름처럼 꿈결같은 해질녘의 향기인데요. 봄꽃의 풍성한 향기를 담은 체리 블라썸과 블랙커런트 싹의 풋풋한 내음이 블렌딩되어, 해질녘 마법같은 비밀의 정원을 상기시킵니다. 설레고 달뜬 어느 봄날처럼요. 에스티로더 드림 더스크 40ml / 13만 8천원

– 에스티로더, 텐더 라이트

©ESTEE LAUDER

봄날의 햇볕같은 따뜻함과 기쁨의 감각을 담은 에스티로더의 ‘텐더 라이트’. 순수한 빛에 이끌려 마치 꿈의 궁전으로 가는 봄날의 향기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차이니즈 티 향조를 기반으로 한 흔하지 않은 향수죠. 꿈의 궁전은 유럽의 정원보다는 동양의 숨겨진 궁전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본적으로는 신선하고 활기찬 시트러스 그린 계열로 감각을 활짝 일깨워줍니다. 신선하고 달콤한데 베르가못이 함께 구현되어 있어 숲속의 이슬을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벨벳티한 플로렌스 붓꽃이 봄날의 달달함을 더해줘 올봄 화사함을 만끽하기에 제격이죠. 에스티로더 텐더 라이트 40ml / 13만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