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는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역시 발렌시아가였다. 디지털 런웨이도 VR 프레젠테이션도 아닌, 게임이라니! 세기말 분위기로 충만한 2031년을 배경으로 한 게임 를 통해 새 컬렉션을 공개한 것. 한 편의 공상과학영화처럼 스토리가 존재하는 듯 보였고, 여러 섹션으로 나뉜 배경에 따라 룩의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마지막에는 모델 엘리자 더글러스가 아서왕 신화처럼 검을 꺼내들고 평화를 공표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끝난다. 즉, 영상의 분위기와 달리 종말이 아닌 희망에 찬 미래를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 데드 스톡으로 완성한 퍼, 누군가가 평생 입은 듯한 그런지한 데님 팬츠, NASA 로고를 새긴 우주복 스타일의 퍼퍼 재킷, 기사의 갑옷을 닮은 사이하이 부츠까지,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자연과 균형을 찾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전투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컬렉션을 보여주는 방식 그리고 그 내용을 채우는 룩, 이 모든 것은 게임에 열광하는 발렌시아가 주고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