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24 May Issue

#LIFE_is_NOW

늘 바삐 살아가는 매거진업계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 바로 계절감에 맞춰 살 아가는 것입니다. 늘 달리는 시간을 좇는 에디터는 한 계절 앞서 패션 트렌드를 바라보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패션 도시마다 2~3월엔 가을·겨울, 9~10월엔 봄·여름 시즌을 맞이하는 성대한 컬렉션이 열리곤 하니까요. 저 역시 에디터 시절, 얼음이 꽁꽁 언 마구간을 찾아가 모 델에게 봄·여름 시즌의 화이트 크로셰 드레스를 입힌 채 화보 스토리를 만들어내느라 끙끙 댄 경험이 있습니다. 동생처럼 좋아하던 그 모델이 나중에 토로한 그날의 진실은 너무 추워 서 동상에 걸리는 줄 알았다는 핀잔이었죠. 편집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앞선 트렌드, 수많은 출장과 행사를 쫓아다니며 계절을 비켜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도 올봄만큼 은 이 계절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따스한 봄날이 지켜주는 안위, 그리고 청량한 초여름의 바람이 불러오는 열망. 이 아름다운 감정을 통해 제 곁의 소중한 이들과 내 생애 가장 젊은 오늘을 충만하게 만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으로 <마리끌레르> 5월호 주제를 ‘LIFE is NOW’로 정했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보고 만나고 느껴야 할 대상과 감정과 아름다움을 모두 모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자연’과 ‘가 족’이 존재하고요. 영국 사진가 콜린 판털이 소파에서 쉬고 있는 어린 딸의 모습을 프레임 에 담은 월드 리포트 섹션의 ‘소파 포트레이트 (Sofa Portraits)’를 눈여겨보길 바랍니다. 가족의 쉼과 삶이 있는 소파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이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에선 때론 상상과 위안이, 때론 무료함과 기다림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년 시절, 성장의 순간이고 삶의 마디가 아닐까요. 소파에 편히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을 꿈꾸는 어른들에겐 더더욱 이 사진들이 주는 울림이 클 것 같네요. 나아가 5월호 지면을 꽉 채운 봄내음으로 한옥에서의 뷰티 화보와 춤바람 & 봄 소풍 패션 화보, 엄마의 화장대, 애잔한 엄마의 모습을 담은 시간 프로젝트 등을 찬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장인 제게 또 하나의 가족인 #Team_Ma rie.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기쁜 소식을 하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4월 4일 신라 호텔에서 진행한 제18회 PEB(Prix d’ExcellencedelaBeauté2024), 이 특별한 마리끌레르 뷰티 어워드 현장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PEB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시니어 뷰티 에디터이던 마리끌레르의 김상은, 김경주 에디터가 공동 뷰티 디렉터가 되었습니다. 김경주 뷰티 마켓 디렉터와 김상은 뷰티 비주얼 디렉터가 저와 함께 시상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라왔습니다. 오늘날 고도화된 우리의 뷰티 시장과 더욱 동시대적으로 호흡하며, 심도 있게 다가가기 위한 마리끌레르의 도전이니 앞으로 큰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일을 대하는 순수한 열정과 근성 어린 진지한 태도로 신뢰를 주는 두 명의 공동 뷰티 디렉터. 더구나 팀을 위하는 마음까지 갖춘 이들이 낼 시너지가 매우 기대됩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팀이 이끄는 연이은 프로 젝트, 나아가 축제와 같은 이벤트들이 예술과 문화(Art & Culture) 영역에서 마리 팀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곧 다가올 4월 26일, CGV 용산에서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Marie Claire Film Festival, MCFF)가 펼쳐집니다. 영화제는 10여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빛나는 영화들을 선보이며 영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왔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한 제주 해녀 프로젝 트 ‘그녀들이 행복한 그날까지’ 다큐멘터리 상영과 스페셜 토크를 준비했습니다. 제주 성산 해녀 세 분을 현장에 모시고 여성의 일과 삶의 의미를 조명하는 순간이 저도 기다려지네요. 참고로 이 다큐멘터리에는 저도 잠깐 등장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여러분이 그 순간을 함께 해주실지 기대되면서도 무척 떨립니다. 그 후 일담은 다음 달 에디터스 레터에서 전하도록 할게요. 나아가 마리끌레르는 5월 9일부터 12 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펼쳐질 ‘아트 부산(ArtBusan)’의 공식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해 ‘아트부산 2024’를 더욱 폭 넓고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큐레이션 가이드를 선보입니다. ‘CreativeEncounter’라는 주 제로 펼쳐질 아트부산, 총 20개국의 1백27개 갤러리가 함께하는 아트의 장에서 전할 흥미로운 볼거리도 이어서 기대해주세요. 마리끌레르가 왜 패션 매거진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독 영화제를 개최하고, ‘키아프 서울(Kiaf SEOUL)’의 공식 매거진을 넘어 아트부산과도 손을 잡았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겠네요. ‘우아하고 강인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인 패션 매거진’이라는 문구로 늘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코어 아이덴티티를 강조해온 제게도 수많은 프로젝트와 이벤트는 늘 숙제 였습니다. 수많은 패션과 뷰티 브랜드에 둘러 싸인 채, 이들과 손을 잡기에도 바쁜데 과연 왜 이렇게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2년 전 새로운 편집장으로 마리끌레르에 합류하던 시점에는 의문투성이였죠. 하지만 어느새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프리실라>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사실에 의기양양하고, 지극히 부끄러움을 타는 I 성향임에도 E 성향인 양 대담하게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마리끌레르의 진정 어린 목소리를 피력하는 제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패션과 뷰티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거쳐 삶을 관통하는 우리의 이야기(콘텐츠)가 그 누군가에게 눈이 뜨이는 즐거움과 영감을 준다면, 나아가 힘든 시기를 지날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날 성장의 동력을 안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팀_마리가 두 발에 힘을 준 채 그곳에 꼿꼿하게 서 있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오늘, 우리 함께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며 우리의 삶을 축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