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Phillip Lim

필립 림에게 특정 대상이나 시대는 영감의 원천이 아니다. 그는 단지 지금 여자들이 입맛을 다실 법한 동시대적인 스타일에 집중할 뿐이다. 이번 시즌 필립 림은 화이트 탱크톱과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 리틀 블랙 드레스와 슬랙스 등 1990년대의 뉴요커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스타일을 제안했다. 그리고 여기에 비대칭 헴라인, 파워 숄더, 버블 스커트처럼 확실한 포인트를 줬고, 구슬이 달린 크리스털 샌들이나 싱글 이어링처럼 간결한 장식을 곁들였다.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에센셜 아이템으로 쇼 전반부를 꾸렸다면 후반부에는 보다 볼륨감 넘치는 의상이 주를 이뤘다. 볼드한 스트라이프 패턴 스커트, 러플이 풍성하게 잡히는 플라멩코 드레스, 곳곳에 절개선을 더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롱 베스트까지. 여자들의 옷장에 생기를 불어넣기에 제격이지 않은가!

Fausto Puglisi

1990년대의 아이콘 캐럴린 베셋 케네디를 오마주했다고 밝혔지만, 블랙 &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선택한 것 외에 미니멀리즘을 트렌드로 이끈 그녀를 연상시킬 만한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튼과 리넨 소재를 앞세워 레이스, 러플, 크로셰 등 지극히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고수했으니까. 물론 비즈와 메탈 디테일로 꽃 오브제를 구현한 라이더 재킷부터 피날레에 등장한 발레리나 튀튀 스커트까지 평소 파우스토 푸글리시가 애정을 기울이는 글램록 요소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탤리언식으로 재해석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푸글리시의 팬이라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만한 쇼임은 분명했다.

Giambattista Valli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이 파리 17구의 어느 삭막한 건물에서 발표된다는 소식 이후, 패션계는 그가 변화된 스타일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 사이로기존에볼수없던룩이등장하기 시작한 것. 발리는 부드러운 레이스와 실크, 섬세한 플라워 패턴으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뼈대로삼은후브라톱과니트베스트,재킷 등 일상적인 아이템을 하나씩 더했다. 특히 버건디 컬러 러플 드레스에 짙은 베이지색 밀리터리 재킷을 걸친 룩은 힙하게 느껴졌을 정도. 지난 몇 시즌간 받은 지루하다는 평을 단번에 설욕한 이번 쇼는 브랜드에도 기록할 만한 터닝 포인트라 할 만했다.

Stella McCartney

환경을 생각하고 ‘스킨 프리 스킨(skin- free-skin)’이라는 슬로건 아래 동물 보호를 실천하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번 시즌 그동안 신발과 가방에만 쓰던 인조가죽을 옷에도 사용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성공적이라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이번 쇼는 소재의 변화와 더불어 풍성하고 볼륨감 넘치는 룩이 주요 볼거리였는데,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패턴과 러플, 컬러 데님 룩이 눈길을 끌었다. 내추럴한 컬러로 시작한 컬렉션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선명한 레드, 퍼플, 마젠타 컬러로 변화를 꾀해 지루함을 피했다. 반복적으로 스타일링한 스포티한 선글라스와 모던한 형태의 샌들, 슬라우치 부츠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