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아함 그 자체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여유롭고 평온한 분위기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모두가 홈 웨어에 열을 올리는 이 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상한 옷으로 컬렉션을 채우며 노장의 디자인 철학을 느끼게 했다. 물론 그의 컬렉션에도 시대상이 반영되기는 했다. 옷깃이 넓은 테일러링 코트, 집업 점퍼, 활동성을 보장하는 반바지 등이 그 예다. 다만 이 모든 옷에 나선형 러플과 크리스털 장식을 더해 캐주얼한 무드에 경도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했다. 컬러와 소재 선택도 좋았다. 은은한 청록색과 부드러운 핑크, 페일 퍼플 등 수채화가 연상되는 색조는 아스라이 비치는 오간자, 부드러운 광택이 감도는 실크, 벨벳과 만나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기품 있어 보였다. “편안한 옷도 우아하게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디자이너의 말을 구현한 쇼는 고상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브랜드의 DNA를 고수하는 거장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배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가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함께 디지털 쇼를 공개한 디자이너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패션 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시대를 초월한 생각(Timeless Thoughts)’을 비전으로 내세운 컬렉션엔 지극히 아르마니다운 아흔아홉 가지 룩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정확히 발목 위에서 커팅한 팬츠와 마이크로 체크 블레이저의 앙상블을 시작으로 지오메트릭 패턴 드레스, 그래픽적으로 변형한 플로럴 프린트 오간자 원피스까지 하나같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오랜 팬이라면 두 팔 들고 환영할 옷임은 분명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과거에 본 듯 익숙한 것이 문제. 하우스 고유의 색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이유 있는(!) 변화를 주는 유연한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