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책방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153

 

요조는 재주가 많다. 자기만의 감성이 살아 있는 예쁜 노래를 들려주더니 언제부터인가 글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 작업, 여행과 연애에 대해 들려주는 글은 솔직해서 재미있게 읽힌다. 동시에 마치 시인 같은 섬세한 관찰력과 감성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글 속에 한참 붙잡아두기도 한다.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벌써 세 권에 이르지만, 그래도 북촌에 책방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놀랐다. 동네 한쪽에 오래 자리하던 서점이 없어져도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요즘, 책방이 생기는 것이 오히려 놀랄 일이기도 하거니와 몇 권의 책을 냈어도 본업은 뮤지션이라고 알고 있던 요조가 책방 주인으로 전업한 셈이니 말이다. 이름은 ‘책방 무사’다. 이곳을 향한 사람들의 염려를 아는 듯 무사히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책방이 북촌에 있다는 것도 의외다. “북촌에서 산 지 2년 정도 됐어요. 동네에 책방을 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지금 자리를 찾았고요. 책방과 집이 걸어서 1분 거리예요.”

책방 주인이 된 지 불과 두 달 남짓 되었지만 요조의 일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항상 서점 주인이 꿈이라고 말해왔는데 그건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점 주인이라는 직업이 유유자적해 보여서였어요. 베짱이 같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무척 바빠요. 책이 빠지면 다시 주문해서 채우고, 매일 나오는 신간과 입고 문의가 들어온 책들을 읽어보아야 하거든요. 또, 서점에 관련된 강연이나 칼럼, 책 리뷰도 들어와요. 정산도 해야 하고요. 읽어야 할 책이 많다 보니 재미가 없는 책은 금방 덮게 된다는 게 아쉽기도 해요.”

 

요조

전에 없이 전투적인 독서가로 살고 있는 그녀지만 책을 읽을 때의 습관은 그대로다. 책 귀퉁이를 접는 것이다. 신선한 단어나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그 페이지를 접는다. 끝까지 읽고 나면 접어놓은 데를 다시 펼친다. “뭐가 좋아서 여길 접었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봐요. 이유를 모를 때도 있는데 그럴 때가 되게 재미있어요.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더라도 ‘자, 중요한 부분은 여깁니다’ 알려주면 시시하잖아요. 대신 귀퉁이를 접어두면 ‘여기서 찾아봐!’ 하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들어 재미있어요.” 귀퉁이가 많이 접힌 책이 있는지 슬쩍 살펴보다 이곳에 놓인 책들이 하나같이 제각각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나 장르를 종잡을 수가 없다. 색이 바랜 <데카메론>이 있는가 하면 <주성치 대백과사전>이 눈길을 사로잡는 식이다. 유일한 공통점은 요조의 취향이라는 거다. 손으로 책을 만든 정성이 갸륵해서, 성 소수자나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용기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등 책마다 그녀를 감동시키는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다양한 성격의 책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김소연 시인도 좋아하고 신혜옥 시인도 좋아해요. 워낙 팬이 많지만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요. 얼마 전엔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라는 소설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그분의 책을 다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책방 주인이라는 이 바쁜 직업을 갖게 된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지 묻자 느리고 나직한 목소리에 씩씩한 대답이 실려왔다. “아주 가끔은 서점하지 말고 맘 편히 책이나 볼걸 그랬나 하는데 그냥 입으로만 하는 말이에요.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진짜 죽고 싶은 건 아닌 것처럼요. 책방 주인은 제 오랜 꿈이었어요.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