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이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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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M

마시모 조르제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조각을 마치 퍼즐처럼 하나의 컬렉션에 절묘하게 짜 맞췄다. 늘 그랬듯이 1990 년대 스타일의 힙한 스포티즘이 컬렉션 전반에 깔려 있었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비비드 컬러, 반짝이는 에나멜 소재, 현란한 프린트도 여전했다. 이 모든 것은 모였을 때 자칫 과하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임에도 초반에 등장한 올 블랙 룩과 피날레를 장식한 파마자 룩의 행렬 덕분에 쇼는 간결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디자이너가 새 컬렉션의 소스로 사용한 건 이탈리아에서 그가 애착을 보인 것들이다. 이를테면 축구 팀 머플러를 닮은 숄에 밀라노의 핫한 바 이름인 ‘Cucchi’, ‘Bar Basso’를 새기거나 이탈리아 유적지가 연상되는 풍경을 프린트하고, 관능적인 체인과 애니멀 패턴을 활용해 이탈리아 특유의 화려한 색채를 가미하는 식. 모델들의 목에 휘뚜루마뚜루 묶은 프티 스카프와 힐에 매치한 스포티한 양말 등 소소한 액세서리 스타일링도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Sportmax

쿠쉐벨, 그슈타트, 코르티나, 아스펀. 겨울스포츠 마니아라면 아마 이 도시가 익숙할 것이다. 스포트막스의 새 컬렉션은 세계 각국의 겨울스포츠로 유명한 도시에서 시작됐다. 아노락과 패딩 같은 각종 점퍼와 페어아일 패턴, 레이스업 장식 등 스포티한 요소가 컬렉션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을 모던하게 승화시킨 것이 이번 컬렉션의 관전 포인트다. 일단 베이식한 셔츠와 클래식한 코트, 테일러드 팬츠와 심플한 니트 드레스 등 포멀한 아이템과 두툼한 패딩 점퍼나 집업 코트를 매치한 스타일링이 탁월했다. 레이스업 디테일의 비브(bib)와 패니 팩, 선글라스를 걸 수 있는 네크리스 등 다채로운 액세서리도 룩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컬렉션에 생기를 불어넣은 컬러 매치 역시 신의 한 수였다. 모노톤을 주조로 레드, 블루, 옐로, 그린처럼 비비드한 컬러를 적절하고 또 과감하게 사용했으니!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하는 스포트막스의 다음 시즌이 더없이 기대되지 않는가?

N°21

쇼가 시작되고 처음 등장한 룩을 보는 순간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지배한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메이저렛(majorette), 여성 악대장이 그 주인공. 먼저 클래식한 까만 모자와 호루라기 네크리스처럼 직접적인 단서로 영감의 대상을 드러냈다. 라인으로 장식한 팬츠, 테일러드 재킷처럼 단정한 제복을 연상시키는 룩 역시 마찬가지. 프린지나 체크와 젖소 무늬에서는 미국적인 느낌이 전해졌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코스트의 야경 사진을 보며 컬렉션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야자수 패턴이나 피날레를 장식한 밤 풍경이 연상되는 스팽글 장식 코트와 미니드레스를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요소가 공존해 자칫 과할 수 있었지만, 한 컬렉션으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색채 조합과 스타일링 덕분일 터. 이번 시즌 악대장 알레산드로 델라쿠아가 진두지휘한 넘버21 의 퍼레이드는 성공적이었다.

Tod’s

토즈 쇼가 시작되자 객석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오프닝 무대에 등장한 지지 하디드의 품에 어리둥절한 표정의 새끼 프렌치불도그가 안겨 있었기 때문.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룩을 차려입은 지지 하디드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는데, 이것이 바로 토즈가 제안하는 시즌 컨셉트인 ‘이탤리언 애티튜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인생을 즐기는 여성, 이들 토즈의 뮤즈는 아노락과 집업 점퍼, 항공 점퍼 등 캐주얼한 옷을 가볍게 가공한 각종 가죽과 시어링 퍼처럼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옷을 선호한다. 그리고 토즈는 그녀를 위해 여러 개의 포켓이 연결된 패니 팩부터 손가락에 끼워 들고 다닐 수 있는 마이크로 미니 백, 토트백과 크로스 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빅 백까지 실용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백을 다양하게 제안했다. 그렇다면 강아지를 등장시킨 의도는 무얼까? 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강아지 모티프 참을 선보이고, 강아지를 모델로 세웠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이 모든 요소가 너무나 귀여웠지만 가죽을 주로 다루는 브랜드에서 강아지를 모델로 선택했으니 비난을 피하긴 어려웠다.

Moschino

이번 모스키노 컬렉션은 제레미 스캇의 장난기에 어쩐지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았다. 쇼를 감상한 에디터들이 그가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로, 번개 패턴의 피날레 드레스를 제외하고는 매우 실용적인 룩으로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여전히 짓궂었다. 스커트 수트 차림에 필박스 모자와 장갑까지 더해 완벽하게 드레스업 한 재클린 케네디를 오마주한 그녀의 아바타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아이디어의 배경이 흥미로웠다. 마릴린 먼로가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이를 은닉하기 위해 존 F. 케네디가 그녀를 암살했다는 음모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컬렉션을 구상했다고. 룩은 1960년대 스타일의 스커트 수트와 미니드레스로 단조로웠지만, 갖가지 비비드한 컬러로 채색하거나 아티스트 벤 프로스트의 일러스트를 곳곳에 프린트해 리듬감을 더했다. 한편 온몸을 오렌지, 블루, 옐로로 채색한, 팝아트 작품에서 툭 튀어나온 외계인 같은 모델로 감출 수 없는 장난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해도 옷의 디자인이 너무 단조로운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제레미 스캇이 선보인 모스키노 컬렉션 중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옷이 가장 많다는 점은 반가웠다.

Philosophy Di Lorenzo Serafini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아이코닉한 여성을 뮤즈로 내세우는 로렌조 세라피니. 지난 시즌 티나 초에 이어 이번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이자 1980년대에 배우로 활동했던 마고 헤밍웨이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그 결과 웨스턴 스타일의 프린지 장식 무통 코트와 앵클부츠, 그레이 니트 풀오버와 팬츠에 귀여운 프릴 블라우스를 입은 에디 캠벨의 오프닝 룩을 보면 알 수 있듯, 지극히 미국적인 스타일을 기반으로 로맨틱한 감성을 주입한 컬렉션이 탄생했다. 데님 셔츠와 팬츠, 체크 패턴 혹은 블랙 팬츠 수트, 벨벳 트레이닝 웨어, 점프수트 등 남성적일 것 같은 옷차림도 세라피니의 시선을 거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고 앙증맞은 프릴과 꽃이 달린 까만 리본 보타이로 룩에 사랑스러움을 더하는 등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물론 티어드 미니드레스와 섬세한 레이스 롱 드레스 등 여성스러움의 극치를 느끼게 하는 드레스를 선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렌조 세라피니의 필로소피는 이토록 달콤하게 여물어가고 있다.

Dolce & Gabbana

돌체 앤 가바나 쇼장에서는 ‘와이파이를 꺼주세요’라는 장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한 시간 가까이 쇼가 지연돼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영롱한 종소리와 함께 쇼가 시작되자 야유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미니 백을 매단 8개의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런웨이를 활보했으니 그럴밖에. 드론이 퇴장하자 ‘Fashion Devotion’이라고 적힌 문을 통해 등장한 모델들이 흥겨운 힙합 음악에 맞춰 캣워크를 펼쳤다. 문에 적힌 메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성당 벽화와 닮은 고풍스러운 패턴의 프린트와 브로케이드, 교황이 쓸 법한 왕관 같은 모자, 화려한 자수로 꾸민 슈즈, 호화로운 금색 십자가 목걸이와 이어링 등 종교색이 짙은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스포티한 트랙 팬츠와 점퍼, 프린트 티셔츠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포티즘이 담긴 아이템으로 젊은 느낌을 가미했다. 흥겨운 축제 같은 컬렉션은 분명했지만, 총 1백 벌의 옷을 모두 보고 나니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혹시 ‘100’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얼룩말 코스튬 코트와 기린 얼룩무늬 드레스를 등장시킨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Etro

‘에스닉 퓨처리즘’. 베로니카 에트로는 이 한마디로 이번 컬렉션을 정의했다. 나바호족, 파타고니안, 페루인 등 세계 각국의 독특한 민족 문화가 에트로의 컬렉션을 수놓았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페이즐리를 중심으로 이토록 다양한 민족의 전통 문양이 총집합했으니! 룩 역시 패션계의 노마드족답게 자유분방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몸의 실루엣을 따라 유려하게 흐르는 디자인의 롱 드레스가 여러 버전으로 등장했고, 거기에 프린지 장식 테일러드 코트, 몸을 휘감는 니트 숄, 자수 장식 무통 재킷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퓨처리스틱한 느낌은 부족했으며, 컨셉트에 충실했지만 그 영향인지 다소 단조로웠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충실하려는 베로니카 에트로의 의도는 분명했지만, 문양이나 장식이 없는 모던한 아이템이 함께 조화를 이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