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부작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망’, ‘감염’과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들도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다. 해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대 패션 도시로 꼽히는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 영국은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확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패션은 힘이 없다. 하이패션이 가지는 예술성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예술이니,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3요소이니 하는 논의도 평범하고 건강한 삶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묵묵히 나아간다. 닫았던 매장을 다시 열고, 중단됐던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거대한 산업도 결국에는 보통의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그보통의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패션 하우스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보테가 베네타와 티파니, 구찌, 샤넬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코로나19 관련 기구나 기금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으며,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루이 비통은 프랑스 내 공방 12곳의 용도를 변경하고 3백여 명의 장인을 동원해 수십만 장의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지시했으며, 12명의 자원을 받아 의료용 가운을 제작한다. 디올과 버버리,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브랜드 인력과 생산설비를 동원해 마스크와 의료 가운을 만들며 힘을 보탰다. 물품을 기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푸마와 나이키는 운동화를, 랄프 로렌은 랄프 커피(Ralph’s Coffee)라는 이름의 트럭을 만들어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며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하트@홈’이라는 스토리 태그를 통해 집에서 발렌시아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위트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유했고, 알렉산더 왕은 집에 있는 천과 재료를 이용해 화이트 티셔츠를 가장 멋지게 만들어내는 우승자에게 1천 달러 상당의 경품을 지급하는 ‘화이트 티셔츠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 밖에 카린 로이펠트는 패션계 저명인사들과 함께 제작한 가상 런웨이 영상을 공개했으며, 영국패션협회(BFC)도 영국 국민들이 집에서 촬영한 런웨이 영상을 수집하고, 편집을 거쳐 온라인으로개최되는 런던 패션위크에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