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가 – 정세랑, 박민정

소설, 소설가 – 정세랑, 박민정

소설가의 단편소설 한 편에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문학 시리즈 ‘테이크아웃’. 매달 두세 권씩 출간되고 있는 이 기획에 함께한 8인의 소설가들과 나눈 소설을 쓰는 삶에 대하여.

박민정 정세랑 소설가
정세랑 민트색 원피스 렉토(Recto), 구두 레이첼 콕스(Rachel Cox).
박민정 화이트 블라우스 자라(Zara), 스커트 앤 클라인(Anne Klein), 구두 레이첼 콕스(Rachel Cox) .

 

‘테이크아웃’ 기획의 어떤 점에 끌렸나? 정세랑(이하 정) 인접 영역에 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어떤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박민정(이하 박) 소설가에게는 한 권의 단행본이 나오는 기회가 소중하다. 하나의 단편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로도 감흥이 컸다. 더불어 유지연 작가가 함께한다는 소식에 작가의 SNS를 찾아봤다. 색채가 굉장히 화려하고 펑키한 작품이 많더라. 내 글에 그런 그림이 더해지면 좀 더 기이한 느낌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흑백의 수채화였다. 의외이기도 했고, 소설의 인물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단편소설을 단행본으로 선택한 건가? 나는 새로 썼다.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나의 다른 단편과 묶이기에는 결이 맞지 않았다. 단독으로 쓰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뷰티-풀>에는 마리화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약을 하는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넓게 쓰긴 어려웠고, 소설에 나오는 ‘네가 보는 세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보고 싶다’라는 문장처럼 약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뷰티풀’이란 어떤 영화에서 마리화나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고 ‘뷰티풀’을 제목으로 한 소설을 마침 쓰고 싶기도 했다. 한번도 무제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적이 없다. 늘 제목을 먼저 정한다. <뷰티-풀>은 기억의 미화에 대한 소설이 아닌가. 나는 매우 중의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여러 결로 읽히는 좋은 소설이다. 박 맞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강간이었나, 아니었나. 이런 기억. 이것 역시 <뷰티-풀>의 중요한 주제였다. 정 나는 발표했던 작품 중에 골랐다. 마지막까지 두 편을 고민했는데 그 중 한 편이 <섬의 애슐리>였고 마침 내 작품을 모두 읽은 친구도 <섬의 애슐리>를 권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비주얼로서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단편소설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단편소설은 소설의 형식적인 아름다움이 매우 압축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만의 매력 또한 있다. 형식은 압축돼 있지만 이야기를 발산한다. 장편소설이 어떤 경계 너머로 이야기를 보낸다면 단편소설은 발산한다. 하나의 세계를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줄 여백이 많은 장편에 비해 단편에서는 세계를 힐끔 보여줘야 한다. 그 점이 힘든 것 같다. 장편보다 단편을 많이 썼고 공부해왔는데 장편과 단편은 호흡과 리듬이 매우 다르다. 내가 가진 호흡이 과연 맞는지,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단편에 잘 흡수되어가고 있는지 역시 계속 고민하게 된다.

글보다 이미지가 주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시대에 글은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박 글은 원래 힘이 없었다. 그러므로 가졌던 힘을 빼앗기지 않았다. 다만 이 시대에 기술의 발달로 좀 더 확산되고 큰 힘을 가진 매체가 등장한 것뿐. 텍스트가 가진 힘이 있긴 하지만 사람을 죽일 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글은 늘 가지고 있던 만큼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놀라운 건 글을 쓰고 싶고, 글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는 거다. 얼마 전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위해 천안에 다녀왔는데 예심을 위해 보낸 작품이 8백여 편에 달했다. 영상과 인터넷에 익숙한 21세기에 태어난 친구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다니. 글과 책의 힘은 미약하나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영상은 제작사나 방송사처럼 누군가 나서서 선택해서 만든다. 유튜브는 좀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힘이 필요 없다. 소설이라는 영역이 지닌 자유로움이 있다. 텍스트는 여전히 의미 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정 날마다 달라지는데 어떨 때는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쓰고, 또 다른 때는 동시대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다. 작품마다 달라진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쓸 때 다른 사람도 더불어 좋으면 좋지만 아니면 할 수 없고. 때론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쓰고. 나를 위해 쓴다. 그게 결국 모두를 위해 쓰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건 즐거운 일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캠프에서 학생들에게 소설 쓰는 것을 한번 시작하면 다른 건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만큼 너무 재미있으니까.

한 편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정 그 작품만의 공기가 가장 중요하다. 텍스트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 텍스트가 오로지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날씨와 냄새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눈으로 읽는 글이지만 소설 안에서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거다. 각각의 소설이 지닌 공간성. 그 소설에 등장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그곳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존하지 않는 공간을 있다고 말하는 것. 탄탄한 토대 위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힘든 지점은 언제인가? 박 첫 문장이 나오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때. 앞에는 일단 자유롭게 던지니까. 두 번째 단락으로 넘어갈 때 앞에 풀어놓았던 것을 다시 잘 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지막 10매. 마지막에 한 번 때리고 끝내야 하는데 어렵다.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 이야기를 잘 쌓아왔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매듭을 짓기가 힘들다.

완성된 소설을 가장 먼저 누구에게 보여주나? 박 문예창작과를 나온 터라 여전히 친구들에게 먼저 보여준다. 오늘 함께한 화길 씨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작가든 아니든 많이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고등학생에게도 보여줄 때가 있는데 학생들도 열심히 피드백을 준다. 오히려 타인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잘 봐준다. 편집자. 편집자에게 보여줄 때 그렇게 떨리진 않는다. 비즈니스니까. 내가 속한 커뮤니티는 글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주변에 읽어줄 사람이 많은 점이 부러울 때도 있다.

언젠가 소설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정 보통은 과거에 경험한 이미지가 6, 7년이 지난 후 떠오른다. 얼마 전에 라디오 녹음을 위해 밤 11시에 방송사에 갔는데 사람으로 북적이던 로비에 아무도 없더라. 지금은 전혀 짐작할 수 있지만 6, 7년이 지난 후 한밤의 방송사 로비를 배경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경험하는 특정 장면을 의식해본 적은 없다. 디테일한 기억력이 좋은 편이어서 뭔가를 쓰려고 할 때 과거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느 장면보다는 인물에 대한 정보나 공간의 특징, 이런 것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정 원고료 그리고 정신의 건강. 육체의 건강도 물론이다.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때는 굉장히 비관적이고 어떤 때는 굉장히 낙관적인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지만. 또 한 가지에 꽂히면 그 안으로 확 미끄러질 수 있는 집중력. 집중력과 이상하리만큼의 집요함을 가지고 추적하는 것. 중·고등학교 때에는 그런 성격이 학교 성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의 단점이었는데 이제는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탐정이 되었을 텐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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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해피 트립 – ②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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